국가정보원이 1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상태는 "한때 의식을 잃는 등 심각한 상태였으나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로 요약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통치력에는 별 문제가 없으며 실제 북한 내부에 동요가 없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해진 김 위원장의 병명은 뇌졸중이다. 정보위원인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보고 도중 기자들과 만나 "뇌졸중인가 뇌일혈이라고 들었다"며 "위독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철우 국회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는 공식 브리핑에서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병명을 특정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확실한 건 김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이후에 순환기 계통 문제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외국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어느 나라 의사들이 집도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며칠 뒤 중국 의료진이 방북했으며 과거 당뇨병 치료 때문에 유럽 의료진이 방북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긴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참석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밖으로 다닐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언어에는 장애가 없고 거동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박영선 민주당 측 간사는 "반신불수가 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따라서 아직까지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통제력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40대 후반부터 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이 발병해 투약과 정기 검진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주력해 왔다. 그는 올 들어 총 93회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다 지난달 14일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일성 전 국가주석이 사망한 1994년 이후 현재까지 총 17회 모습을 감췄으며,김일성 주석 장례식 이후에는 87일간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일부 외신은 "김 위원장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집무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