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던 '9월 위기설'이 급격히 수그러들면서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다. 9∼10일에 집중됐던 외국인 보유 국고채의 만기도 무사히 넘어갔고 11일 맞이하는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와 개별종목 선물 및 옵션 동시 만기일)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월 초반에 몰려있던 불확실한 변수들이 서서히 가닥을 잡음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추석 연휴 이후로 향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에 힘입어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크게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도 반등 시기를 모색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실적 기반이 탄탄하면서 최근 약세장에서 과도하게 하락한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투자대상을 압축하는 전략을 추천했다. 주요 국가의 경기가 아직 본격 회복세에 들어가지 못한 탓에 당분간 증시가 급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해 보수적인 관점에서 반등장세에 대비하라는 설명이다.

◆공격적인 매수는 자제해야

시장 분석가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반등 가능성이 큰 업종이나 종목별로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했다. 특히 채권 만기와 '네 마녀의 날' 등의 대형 이슈가 사라지고 나면 3분기는 물론 4분기 실적 호전주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발표로 촉발된 국내 증시의 반등세는 추석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국내외 경기침체와 기업실적 부진 등으로 단기간에 약세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공격적인 매수전략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코리아리서치센터장은 "'9월 위기설'이 진정되고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도 고비를 넘기면서 추석 이후 투자심리가 상당 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최근 은행권의 대출 순증 둔화세 등 일부 지표의 움직임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추석 이후에는 국내 금융위기와 관련된 굵직한 이슈가 소멸된 시점이므로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외 경기와 기업실적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 1540∼1600 정도까지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호전 낙폭과대주 주목

단기적으로는 우량주 가운데 최근 시장 평균보다 하락률이 컸던 종목들이 관심종목 '1순위'로 꼽힌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실장은 "건설 증권 조선 등이 대표적인 낙폭 과대 업종에 해당한다"며 "지난해부터 소외됐던 은행주들도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면 반등랠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양 실장은 최근 해외시장 점유율이 상승추세이고 환율효과까지 보고 있는 자동차주도 관심 대상으로 꼽았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실적전망이 좋은데도 시장 상황 때문에 급락했던 철강 화학 정유 등 업종의 주가 복원이 추석 이후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LG화학 포스코 남해화학 동양제철화학 SK에너지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대신증권은 이 밖에 실적이 양호하면서 낙폭이 컸던 종목으로 강원랜드 한진해운 한솔LCD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금호석유 두산 동국제강 DMS 두산중공업 LG전자 등을 제시했다.

대우증권은 최근 3개월간 시장 평균보다 주가가 더 떨어진 종목 중에서 3∼4분기 연속으로 이익증가율이 20%를 넘는 기업을 관심주로 선별했다. 우리금융 현대건설 LG 동양제철화학 나우콤 티씨케이 한진중공업 프롬써어티 금호석유 강원랜드 현대미포조선 대성산업 태광 파트론 케이아이씨 이니시스 에피밸리 텔레칩스 등이 포함됐다.

삼성증권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LG전자 포스코 현대건설 현대제철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KCC 현대미포조선 SK에너지 LS NHN 등이 향후 반등 시 유망 종목으로 선정됐다. 오현석 파트장은 "주가급락 시 방어주 역할을 했던 내수주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던 종목들은 반등 시 주가 흐름이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연말 배당을 겨냥한 배당주펀드가 우선 관심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가치주펀드가 유망하고 반등 시 수익률 회복 속도가 빠른 대형 성장주펀드를 선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란 평가다. 해외펀드로는 글로벌 금융주에 투자하는 상품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