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법재판소(헌재)가 9일 사막 순다라벳 총리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총리직 박탈과 내각 총사퇴를 명령함에 따라 사회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정부 청사 점거 농성과 반정부 시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헌재는 이날 재판부 9명의 전원일치로 사막 총리의 TV 요리쇼 진행이 공직자 겸직을 금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위헌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또 각료들은 의회에서 새 총리를 뽑을 때까지 향후 30일간 과도정부로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솜차이 옹사왓 제1 부총리가 과도정부의 총리직을 맡게 됐다. 사막 총리는 올초 총리 취임 이후에도 두 달 넘게 TV요리쇼를 진행하다가 공직자의 겸직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진행자 역할을 그만뒀다.

사막 총리가 물러남에 따라 의회는 한 달 안에 새 총리를 뽑아야 하며 신임 총리는 각료들을 임명해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태국 언론 등은 향후 정국 방향에 대해 △사막을 총리로 재선출하는 방안 △집권 정당연합 출신의 새 총리를 선출하는 방안 △야당 중심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막 총리가 재선출되는 것이다. 사막 총리가 총재를 겸하고 있는 집권 정당연합의 중심당인 국민의힘(PPP)은 헌재 판결 직후 사막을 다시 총리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마치마 티파타야당의 키아티콘 팍피엔십 의원은 사막 총리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졌으므로 마땅히 새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선거관리위원회도 최근 PPP의 총선 부정 혐의를 인정,당 해체를 헌재에 요청키로 결정한 상태여서 사막 총리가 재선출되더라도 사퇴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사막을 총리로 재선출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집권 정당연합 출신의 새 총리를 선출해야 하지만 마땅한 후보가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사막으로부터 총리직을 승계할 가장 유력한 인물로 총리를 역임한 원내 제3당인 찻타이의 반한 실라파-아차 총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며 고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야당 중심의 새로운 연정 구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유일 야당인 민주당의 의석 수가 크게 부족한 데다 현 집권 정당연합의 결속력이 워낙 강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태국의 정국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군에 쿠데타의 빌미를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