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즌을 맞아 내로라하는 극단들이 셰익스피어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극단 미추,서울시극단이 각각 '테러리스트 햄릿''리어왕''말괄량이 길들이기'로 관객들을 찾는 것.국립극장 페스티벌과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행사 등이 겹쳐 극단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작품을 찾다보니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잇따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현대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최근 연극계의 흐름과 달리 정통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기회다.

극단 미추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리어왕'(사진)을 선보인다. 늙고 병든 리어왕이 세 딸들에게 땅을 나눠주기 전에 자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시험하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원적으로 풀어낸 극이다. 이번 연극은 이병훈 연출가의 색을 살려 과감한 생략과 압축을 사용하는 대신 상징과 은유를 통해 작품을 해설한다. 대신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극대화시켜 예전보다 치열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특히 리어왕의 내밀한 심리가 격렬한 폭풍우로 드러나는 장면은 압권이다. 정태화,최용진,서이숙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관람료는 1만5000~3만원.(02)747-5161

서울시극단은 17일부터 10월5일까지 세종 M 씨어터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올린다. 부잣집의 말괄량이 첫째딸 캐서리나가 신사 페트루치오를 만나 순정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유쾌한 캐릭터와 맛깔나는 대사로 공연 때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남성우월주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페미니즘 평론가들의 지적을 함께 받았다. 신정옥 명지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대본을 바탕으로 연출가 전훈씨(서울예대 교수)가 각색,연출했다. 전석 1만원 (02)399-1114~6

국립극단은 18~26일 '테러리스트 햄릿'을 공연한다. 독일의 주목받는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햄릿'이다. '원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무대 기법 등에 '새로움'을 보여줬다. 햄릿의 지성적인 면모와 광기어린 모습이 충돌하지 않게 논리적으로 구성한 연출가의 힘이 돋보인다. 노란 안전모를 쓴 무덤지기가 땅을 파내듯 조립식 바닥을 흙 대신 밀어내는 모습은 극의 입체적인 해석을 돕는다. 3만~5만원.

(02)2280-4115~6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