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중역인 김모씨(55)는 최근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고 눈에 부유물이 떠다니는 증상이 생겨 안과를 찾았다. 단순한 노안이려니 여겼는데 망막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수소문 끝에 서울 영등포의 건양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당뇨병성 망막증'이었다. 5년 전에 당뇨 진단을 받고 나름대로 열심히 혈당관리를 해왔지만 합병증이 눈에 나타난 것이었다. 다행히도 조기에 발견돼 레이저 망막응고술을 받고 호전됐다. 악화되지 않도록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고 있다.

망막질환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 손상된 것으로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노년 인구와 성인병 환자가 증가하면서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이 병원만 하더라도 1999년 1만1778명이던 망막 환자가 지난해 2만1290명으로 8년 만에 약 80%나 늘었다.

이처럼 환자가 증가하자 김안과병원은 지난달 본관 옆에 지하 3층,지상 6층,연면적 5386㎡ 규모의 독립건물을 완공하고 국내 최초의 망막병원으로 확장·독립시켰다. 시력이 나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받고 밀려드는 환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접수부터 검사 진단 치료에 이르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있고 60분에 달하던 환자 대기시간이 10분 남짓으로 줄었다.

이 병원은 환자 수뿐만 아니라 의료진이나 장비,치료 실적에서도 다른 대학병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보통 서너 명의 망막질환 담당 교수가 있는 대학병원에 비해 13명의 망막 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망막단층촬영기(OCT) 형광안저촬영기(FAG) 등의 첨단 진단장비도 두세 대씩 갖추고 있다. 지난해 유리체절제술(안구의 중심을 절제하고 인공유리체를 채움)은 2500여건,레이저망막응고술은 6471건,항체주사치료(아바스틴 루센티스 등의 항체를 안구에 주사해 비정상적인 망막혈관의 형성을 막음)는 4500건에 달했다.

이재흥 병원장은 "한 해에 연인원 10만여명의 망막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며 "이 같은 양적 지표에 걸맞게 치료 수준도 국내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