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펀드 가입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권유하고 나섰다. 펀드 환매를 섣불리 하지 말고 장기 투자 차원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기존의 태도에서 상당히 변한 것이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국내외 증시 조정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가는 자칫 고객들의 손실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펀드 고객 응대 방안을 마련,전국 프라이빗뱅킹(PB) 센터와 45개 대형 영업점을 중심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은 펀드 가입 고객들과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고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펀드 비중이 전체 자산의 40%를 넘는 고객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원할 경우 일부 주식형 펀드 대신 가치형 펀드나 주가연계펀드(ELF),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보유 자산을 분산하는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펀드 비중과 투자 지역의 쏠림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고객들이 거액의 투자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반기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거치식 펀드 항목을 아예 제외했다. 대신 분산 매입을 통해 투자손실 위험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적립식 펀드를 새롭게 포함시켰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주식 리서치팀을 따로 가동해 시장 상황을 수시로 고객들에게 전하는 한편 고객이 펀드 환매를 원하면 장기 보유를 권하지 않고 다른 안전 자산을 추천하고 있다.

매달 고객들에게 '펀드 투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이달 "중국 펀드를 일부 환매해 중국 투자 비중을 축소하라"고 제안했다. 강정원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차장은 "인플레이션 부담에 주식 수급 여건까지 좋지 않아 중국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중국 펀드를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대안으로 연금펀드나 원금 보존형 ELF 등으로 옮겨 탈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아 중국 펀드 수익률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해 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은행도 고객들에게 분할 매도를 통해 중국 펀드의 투자 비율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개 은행의 중국펀드 잔액은 지난 3월 말 8조7940억원에서 8월 말 8조4418억원으로 3522억원가량 감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 펀드뿐만 아니라 두 달 전부터 러시아 펀드 비중도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외 증시가 조금씩이라도 반등할 때마다 분할 매도를 해서 자산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