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의 핵심은 외화 유동성 문제다. 한국은 대외거래의 비중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달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달러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위기로까지 증폭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성준 산업은행 부행장은 "산은의 경우 올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의 80% 수준인 40억달러를 이미 조달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산은의 경우 오히려 하반기에 좀더 여유있게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외화 차입이 많은 수출입은행의 경우도 기업 대출 및 채무 보증을 위한 달러를 상당 부분 확보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달에만 사모채 방식으로 10억달러를 마련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의 자금부장들은 "낮은 금리 수준으로 달러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약간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달러를 조달하는 데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기존에 돈독한 거래관계를 맺어 온 외국의 대형은행들과 유사시 조달키로 약속을 해 놓고 있다"며 위기설을 반박했다.

정부와 은행들은 공동으로 외화 수급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외국환평형기금 1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 중이다. 커버드본드란 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신용을 보강해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올 한 해만 20억달러 이상 조달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전체적으론 하반기 중 50억달러 이상 조달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공기업이 차입에 나서면 전체적으로 연말까지 100억달러 이상 마련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9월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채권의 상당수가 재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7월 채권을 매도했지만 8월 들어선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기업들은 금융권에 비해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최근 해외 CB(전환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아 국내 CB 발행으로 돌렸다. 원유를 도입하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업체들은 환율 급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달러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