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없다" vs "최대한 주의해야"

정치권이 최근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9월 위기설'의 실체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잇따라 9월 위기설의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전망이 분분한 상황이다.

9월 위기설이란 외국 투자자가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70억 달러에 달하는 9월 만기 도래 채권을 모두 팔고, 주식 역시 처분한다는 것.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나치게 과장됐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위기설은 근거가 부족하고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며 "정부 당국이 아주 무능하거나 아주 위험한 짓을 한다는 가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외국인이 채권투자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도 6조5천억원으로, 외환보유고와 비교하면 큰 문제가 안된다"며 "또 주식시장도 관리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 수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출도 증가세이고, 국제유가가 상승을 멈춰 물가도 6%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 같다"며 "국제수지에서 불균형이 나타나지만 여러 외환사정이 위기로까지 발전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희태 대표는 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국제수지가 이제 완전히 적자 기조로 정착되는 것 같고 자본수지도 악화돼 순채무국으로 전락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도 정부는 `우리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박 대표는 "9월 위기설을 믿지 않지만 최대의 주의를 기울여 정부가 경제회복을 주도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정길 대통령 실장은 "경제는 주관적,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모두가 다 위기라고 하면 70-80% 위기가 100%로 갈 수 있다"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이고, 오히려 걱정을 많이 하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느냐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 "여러가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의견과 지혜를 모으면 선진화와 경제살리기가 제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당과 정부가 힘을 합해 국민께 경제현실의 어려움을 잘 설명해야 한다"며 "추석명절은 국회의원이 귀향해서 활동하는 기간인 만큼 정부의 정책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며 당에서 잘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총리는 "여러가지로 당정간 노력을 많이 했고, 뜻과 견해가 다른 부분도 있지만 정기국회를 개최하는 마당에 당정간 똑같은 목소리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위기설에 동조하지는 않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대외 경제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물가상승과 청년실업 증가로 경제가 간간이 어려운 시기는 있었지만 수년간 경제위기설은 없었는데 지금 언론에서 경제위기설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민전 전망대'에 출연, 9월 위기설의 가능성에 대해 "우선 해외차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채 만기도 정밀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올해 세계 10대 외환보유국 중 우리나라만 외환 보유액이 감소했다"면서 "이런 것 때문에 결코 안일하게 대처할 상황 아니고 오히려 정부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면서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면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안용수 기자 jamin74@yna.co.kr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