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폭 상승세를 기록한 뉴욕증시는 당분간 국제유가 및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급등락하는 장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최대관심은 세력을 키우며 북상하고 있는 허리케인 구스타브가 멕시코만 일대 석유시설에 피해를 끼칠지 여부이다.

멕시코만은 미국 석유생산의 25%와 천연가스 생산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생산설비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허리케인이 이곳을 강타해 정상적인 석유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기세력들이 몰려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처럼 유가가 급등하면 투자심리가 취약한 뉴욕증시는 또 한차례 출렁일 수밖에 없다.

주택경기 하락이 초래한 금융권 신용경색도 증시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킬레스 건'이다. 최근 들어 정부가 금융위기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며 금융주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11월 미 대통령 선거까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국책모기지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이 단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윈드햄파이낸셜서비스의 폴 멘델손 수석 투자전략가는 "금융 시장에서 또 다른 나쁜 뉴스가 흘러나오기 전에 한숨 돌리고 있는 양상"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구제금융을 단행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양대 국책모기지 회사가 당장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리먼브러더스의 자산매각 혹은 자본확충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2분기 깜짝 경제성장률 발표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8월 실업률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8월 자동차 판매실적 등이 발표된다.

최근 발표된 경제통계는 다소 엇갈린 신호를 보내며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측면이 있다. 2월 경제성장률 뿐 아니라 내구재 및 주택판매는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달리 지난달 29일 발표된 7월 개인소득과 지출은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4개월째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다해 앞으로 경기 관련 지표가 어둡게 나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회복을 확신하기에는 다소 이른 만큼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하자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