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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도 되고송이 있었다고? ‥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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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머물 땐 낡은 거문고를 어루만지고 옛 책을 읽으면서 그 사이에 누웠다가 올려보면 그만,마음이 내키면 나가서 산기슭을 걸어 다니면 그만,손님이 오면 술상 차려 시를 읊으면 그만,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그만,해가 지면 내 집에서 쉬면 그만."

    조선 후기의 시인 장혼(1759∼1828)은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쓴 <평생지(平生志)>에서 삶의 방향을 이렇게 정했다. 요즘 유행하는 '∼되고송'의 원류라고 할까.

    그는 정조가 감인소를 설치해 여러 책을 만들 때 교정을 보는 사준(司準)에 추천돼 반평생을 책 만드는 일에 종사한 중인이었다. 뛰어난 교정 실력으로 궁중은 물론 민간에서 인기를 끈 그는 마음만 먹으면 많은 재물을 모을 수도 있었지만 문우들과 시사(詩社ㆍ시모임)를 만들어 시를 읊고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인왕산 옥류동에 버려진 낡은 집을 사서 편액을 '이이엄(而已 )'이라 했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살다 '나의 천명을 따르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장혼처럼 전문직에 종사했던 조선 후기 중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조선시대 중인은 신분상 사대부 양반계층에 못 미쳤지만 문ㆍ사ㆍ철을 뛰어넘는 비범함으로 조선의 르네상스를 꽃피운 경우가 많았다. 서당 훈장 천수경,명필가 마성린,검서관 유득공 등은 중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인왕산 기슭에서 그들만의 서재를 꾸미고 시사를 결성해 풍류를 즐기며 살았고,도화서 화원 김명국과 역관시인 홍세태는 조선통신사 사절단으로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저자는 침술의 대가 허임,신의로 불렸던 백광현,첫번째 천주교 순교자 김범우,최초의 신문기자 오세창,청렴강직했던 호조 아전 김수팽,조선통신사 최고의 무예사절이었던 마상재 등 수많은 전문지식인과 예술인들의 삶을 문헌에 근거해 되살렸다. 왕의 주치의인 어의,도화서 화원,외국어 통역을 맡은 역관,호조와 형조에서 일하는 서리 등 왕실 및 조정과 밀접하게 관계된 직업 특성상 궁궐에서 가까운 인왕산 기슭이나 청계천 일대에 모여 살았던 이들의 공동체적 삶도 생생하다.

    저자는 "의사 약사 변호사 동시통역사 공인회계사 등의 '사(士ㆍ師)'자 돌림 직업부터 화가 음악가 서예가 등 예술가가 모두 조선시대에는 중인이었다"며 "조선의 문예부흥기였던 정조시대도 그 뒤안길에서 중인이 르네상스인으로 활동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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