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곳간을 활짝 열었다.

정부에서 지난 27일 신재생에너지사업에 2030년까지 민간과 함께 11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다.

덕분에 28일 증시에서는 태양광관련주, 풍력발전주, 원자력발전주 등 관련 수혜주들이 오랜만에 뜀박질에 나서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선엽 애널리스트는 “악재들도 여전하고, 수급도 문제라 전반적인 시장 여건이 좋지 않지만, 이를 우려한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정책변수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날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혜주들의 움직임은 바로 이 같은 정책 변수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모처럼 호재가 쏟아졌건만 증시는 찡그린 인상을 펼 줄 모른다.

상승세로 출발했던 코스피 지수는 오전 11시8분 현재 전일대비 6.75P(0.45%) 내린 1487.16을 나타내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세 때문이다.

지난 밤 뉴욕증시에서 호재가 악재를 눌러 상승한 데 힘입어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순매수하던 프로그램이 매도로 방향을 틀자 지수는 맥없이 하락세로 돌아서 버렸다.

현물시장에서는 매물을 줄인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는 매물을 밀어내고 있다. 이에 시장 베이시스(선/현물간 가격차)가 0.4~0.7 정도를 오가는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차익 프로그램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약 1400억원대의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에 지수가 힘을 쓰지 못할 정도이니, 증시의 허약 체질은 이렇게 증명된 셈이랄까.

사람이면 보약이라도 지어 먹였음 싶다.

정부가 보약 대신 곳간을 열어줬지만 그 약효가 지속될 지는 지나봐야 알 것이다.

신용위기, 경기침체, 환율급등, 수급 불안 등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팽배한 요즘이다 보니, 글로벌 경제환경 개선이 전제되어야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쯤이면 달라졌다는 소식이 날아올 지-.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