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외국인의 공매도 10조원 정도가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45개 증권사와 외국계 4개 주식보관은행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주목된다.

특히 이들 거래 가운데 상당물량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주가를 낮추는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관측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진작부터 외국인 공매도로 인해 주가 하락폭이 깊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던 터여서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한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다.

특히 공매도 주문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내지 못하게 한 규정(업틱 룰)을 피하기 위해 일반주문처럼 위장해 저가로 매도한 사례가 많다는 것은 주가 조작의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많다.

금감원은 1차 조사 결과 올해 거래된 26조원의 공매도 중 10조원가량이 불법거래이며 그중 4조5000억원은 저가로 매도됐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 5조5000억원은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낸 이른바 '네이키드(naked)' 공매도 물량이다. 거래가 체결된 물량은 결제일 이전에 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식을 빌려 결제했다. 이는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은 거래방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파트장은 "불법 공매도 물량 중 상당수는 주가를 하락시켜 공매도 거래에 따른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을 개연성이 있다"며 시세조종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차익거래가 많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선물포지션과 연계하거나 ETF(상장지수펀드) 거래시 주요 종목을 바스켓(묶음)으로 매매하는 데 활용된 물량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선물을 매도해 두고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한 의도라면 심각한 범죄이자 불공정행위"라며 "공매도 투자자들의 선물포지션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당초 지난 7월 중순께 조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가 막상 1차 조사 결과 대규모 규정 위반 거래가 드러나자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도 큰 파장이 예상되는 내용을 최종 확인 없이 금감원이 발표한 데 대해'너무 앞서 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격조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감지될 경우 조사국으로 사건을 이관한 뒤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면서도 "불공정거래는 이번 조사의 목적이 아니고 입증도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공매도 물량의 저가매도나 네이키드 쇼트셀링이 확인될 경우 그 자체로 불공정거래로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금감원 내부의 혼선도 감지된다.

증권선물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 혐의를 갖고 심리나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며 "불공정거래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의도적인 시세조종임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광엽/서정환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