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시작되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품의 교차 판매를 앞두고 보험업계의 움직임이 예상 밖으로 잠잠하다. 보험사 간 제휴가 수수료 협의와 같은 기술적 문제 등으로 9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교차 판매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극적으로 돌아서는 보험사마저 나타나고 있다. 설계사들도 보험사들이 제시할 수수료 체계 등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움직이겠다는 반응이어서 실제 교차 판매가 본격화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간 제휴 늦어져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손보사 간 제휴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져 9월 중순에나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업무위탁에 따라 신규 계약 1건당 수수료를 얼마나 상대사에 줄 것인지,교육강사료를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 등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전례가 없다 보니 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일부 보험사는 교차 판매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손보사를 접촉해 본 결과 자기 영역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실제 교차 판매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보험사들의 열의가 초반보다 크게 식었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초반엔 쉽게 팔리는 상품을 가진 손보사가 유리하겠지만 점차 수당이 많은 생보사 쪽으로 우수 설계사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특히 주력 상품 중 하나인 민영의보 상품의 보장 한도가 축소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부분 파트너는 결정됐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화재와 함께 동부화재 LIG손보를 파트너로 골랐다.

대한생명은 계열사인 한화손보 제일화재 외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와 손을 잡았고 교보생명은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와 제휴했다. 대형사는 대형사끼리,계열사는 계열사끼리 제휴를 하면서 중소형사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 대형사 관계자는 "영업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결국은 설계사들이 많이 선택한 한두 곳과만 실질적인 제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설계사도 천천히

설계사들도 보험사 선택을 늦추고 있다. 설계사들은 다른 권역의 1개사와만 판매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한 생보사 설계사는 "수수료 체계나 계약 조건은 9월이 되면 어느 정도 파악될 것"이라며 "선택을 한 번 잘못하면 돌이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당 선지급 등 설계사에게 유리한 수수료 체계를 제시하는 곳이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시험도 부담이다. 권역을 넘어 판매하려면 생보는 손보설계사 시험,손보는 생보설계사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21만명의 설계사 가운데 현재 응시 인원은 8만여명(생보 2만6500명,손보 5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합격률도 60~80% 선이다.

손보 설계사들은 생보의 경우 상품 내용이 어려워 쉽게 판매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손보의 경우에도 받는 수당 등에 비해 고객 문의 등이 많아 생보 판매와 겸하기엔 애로 사항이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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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풀이] 교차판매

생보사 소속 설계사들이 손보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반대로 손보 설계사도 생보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제도를 말한다. 고객들은 한 명의 설계사를 통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도 들고,생보사의 종신보험도 가입할 수 있다. 지금은 '1사 전속제'가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