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 증권업협회를 통해 집계되는 대차거래 잔액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어 투자 참고지표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주식대차거래 잔액은 전날 현재 33조6898억원(8억2237만주)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대부분 외국인에 의해 이뤄지는 데다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최근 약세장에서 주요 투자지표로 관심을 끌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대차거래 중개업무가 분산돼 있는 데다 기관별로 집계하는 과정에서 '재대여 물량' 등이 중복 신고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잔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주식대차 잔액은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에서 빌려주는 주식 외에 증권업협회를 통해 공시되는 증권사들 간 거래 내역이 더해져 집계되는데,차입자가 빌린 주식을 다른 기관이나 외국인에게 다시 대여할 경우 이중으로 공시하는 결과를 빚게 돼 잔액이 실제보다 더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종혁 예탁결제원 증권대차팀장은 "대차거래의 목적이나 경로를 파악하기 힘들어 유통되는 주식의 잔액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개창구 단일화 등 시스템 보완이 쉽지 않아 개선의 여지도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물량의 주식대차 잔액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대차거래 물량 중 공매도에 사용되는 주식 비중이 종목에 따라 30~70%에 불과해 대차거래를 공매도와 동일시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