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9승의 전적으로 '퍼펙트 골드'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지난 23일 야구 결승전에서 선발 류현진의 눈부신 투구와 이승엽의 홈런포를 앞세워 쿠바를 3-2로 따돌리고 세계 정상에 섰다. 한국이 올림픽 구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 여자핸드볼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 야구가 베이징에서 극적인 금메달 드라마를 완성한 데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역대 대표팀 가운데 최강으로 평가받는 팀워크와 정신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고래 심줄보다 더 세다'는 김 감독의 뚝심이 한국 야구를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말 아시아예선 때 한국야구위원회는 장타를 때릴 만한 외야수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심정수 양준혁 등을 데려가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발야구'를 구상 중이던 김 감독은 단칼에 '노'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펼치기 위해서는 단타자이지만 발빠른 외야수가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3월 최종 예선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 경험 부족으로 국제대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류현진(21ㆍ한화)과 김광현(20ㆍSK) 두 좌투수를 향후 10년간 대표팀을 이끌 재목으로 낙점하고 '원투 펀치'로 쓰기 시작했다.

공격에서는 1∼2번 타자와 이승엽(32ㆍ요미우리) 이대호(26ㆍ롯데)의 한 방으로 점수를 뽑는 정공법을 택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에서는 예상을 깨는 변칙 작전을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미국과 1차전에서 6-7로 뒤진 9회 말 무사 2루에서 보내기 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한 것,일본과 준결승전에서도 2-2로 맞선 8회 무사 1루에서 역시 강공을 택하는 등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작전을 써서 성공했다.

대타 작전도 마찬가지다. 미국전에서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정근우의 좌선상 2루타,일본과의 준결승전 1-2로 뒤진 7회 2사 1,2루에서 터진 대타 이진영(28ㆍSK)의 동점 적시타 등 김 감독의 강공 대타 작전은 신들린 듯 맞아들어갔다.

야구 대표팀은 또 역대 최강의 팀워크로 해외파의 공백을 메웠다. 출범부터 금메달을 딸 때까지 대표팀을 관통한 핵심은 조직력이었다. 감독은 대표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었고 자신의 구상을 잘 따라줄 선수들을 결집해 올림픽에 나섰다.

이승엽 김민재(35ㆍ한화) 진갑용(34ㆍ삼성) 등 '고참' 선수들은 모범을 보이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김민재는 22일 일본을 꺾은 뒤 후배들을 모아 놓고 "일본을 이겨 은메달을 확보했다고 해 풀어지면 2년 전 4강에서 만족하고 말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다독였다. 이진영은 "지금까지 대표팀 중 팀워크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구(新舊)'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팀워크,'우리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선수 개개인의 강한 자신감이 전문가들조차 예상치 못한 '퍼펙트 금메달'로 연결된 것이다.

물론 '젊은 피' 류현진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국민 타자' 이승엽의 결정적 한 방도 대표팀이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