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한동안 잠잠했던 고화소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니콘,삼성테크윈,파나소닉 등 주요 디카 업체들이 이달 들어 기술 발전의 한계로 여겨졌던 1200만 화소를 훌쩍 넘는 1400만대 화소 콤팩트 디카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디카 제조업체들은 2006년 콤팩트 디카의 화소 수가 1000만을 넘어선 이후 그동안 고화소 경쟁 대신 얼굴인식 기능,자동 초점 등 부가기능 경쟁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부가기능들이 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디카 업체들이 제품 차별화를 위해 고화소 경쟁에 재돌입하고 있는 것.

1400만대 화소 디카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은 니콘이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이달 초 1450만 화소 콤팩트 디카 '쿨픽스 S710' 제품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최고 화소수 1200만 화소보다 250만 화소나 더 많아 고화질의 사진을 뽑을 수 있다. 국내 시장에 9월 초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테크윈도 최근 1470만 화소의 'VLUU(블루) NV100HD'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3.6배 광학줌을 지원하는 슈나이더 렌즈와 3인치 터치스크린 LCD를 달았다. 파나소닉 코리아도 1470만 화소의 콤팩트 디카인 '루믹스 FX180'을 선보였다. 라이카 렌즈를 탑재한 제품으로 HD급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이처럼 디카 업체들이 고화소 경쟁에 나선 것은 화소 수가 여전히 소비자들의 중요한 제품 선택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소 수가 높을수록 사진이 선명하고 디카로 찍은 사진을 커다란 액자 크기로 확대해 뽑아도 원본과 똑같은 고화질 사진을 얻을 수 있다.

1000만 화소 디카는 26인치(58×32㎝) TV,1400만 화소 디카로는 32인치 TV(70×39㎝) 크기의 사진을 일그러짐 없는 고화질로 인화할 수 있다.

파나소닉 코리아 관계자는 "1400만대 화소의 디카 가격이 40만원대로 기존 고급형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술 사진이나 잡지 사진을 찍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용자 입장에선 1400만 화소나 1000만 화소나 별다른 화질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화소일수록 사진 용량이 커지고 저장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1000만 화소 카메라를 쓰는 사용자들도 사진을 찍을 때 600만 또는 800만 화소에 맞춰놓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콤팩트 디카에서 1000만 화소 이상의 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지만 화소 수가 디카 업체의 기술력을 상징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업체 간 화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