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준중형차 시대가 열렸다. 기아자동차가 프리미엄 준중형차를 표방하며 개발한 '포르테(FORTE)'를 출시하면서 국내 준중형 자동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준중형차 시장은 최근 자동차 수요가 경ㆍ소형차와 중ㆍ대형차로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산 프리미엄급 준중형차 1호인 포르테는 그동안 위축됐던 준중형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치열한 고객쟁탈전을 촉발시킬 전망이다.

포르테는 기아차가 2003년 11월 쎄라토 출시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준중형 신차다. '미래지향적 다이내믹 럭셔리 세단'을 목표로 개발됐으며,총 29개월의 연구개발 기간과 21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포르테는 '강하고 빠르게'를 뜻하는 이름만큼이나 강하고 빠르게 준중형차 시장을 파고들 태세다. 인터넷 포르테 사이트(forte.kia.co.kr)는 차가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2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포르테는 동급 최대 사이즈,동급 최고 출력과 연비,최고급 편의사양을 앞세워 경쟁 모델들을 벌써부터 위협하고 있다. 기아차는 포르테를 앞세워 준중형차는 물론 중형차 고객까지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 선보인 로체 이노베이션에 이어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두 번째 작품이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준중형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현대차 '아반떼'의 아성이 얼마나 위협받을지도 관심이다.



고품격 디자인에 최강 성능까지


기아차는 포르테 출시에 앞서 '1600㏄ 럭셔리를 탐하다'란 문구를 담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처럼 포르테에는 기존 준중형 세단에서 찾아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편의기능이 대거 적용됐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DMB 내비게이션'과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버튼시동 스마트키'를 달았다. 순간 연비와 엔진의 시동 상태, 장애물 위치 등을 계기판에 표시해 주는 '하이테크 정보표시시스템'도 장착했다. 이런 기능은 웬만한 중대형차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유료도로 자동요금징수 시스템(하이패스),블루투스 핸즈프리ㆍ오디오 스트리밍,리피터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 등도 준중형 최초로 적용된 고급사양들이다. 바퀴에는 17인치 대구경 휠을 달아 승차감을 높였다. 도요타 등 수입차에 들어가는 파워베이스(베이스 가상효과 사운드)를 적용해 자동차 내부에서 콘서트홀 수준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포르테는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도 경쟁 차종을 압도한다.

포르테는 앞범퍼를 와이드하게 처리해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앞부분은 기아차의 패밀리룩(자동차 메이커의 통일된 디자인)인 호랑이 코와 입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맹수의 강인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뒷면 트렁크 상단 모서리를 비행기 날개 형태로 만들고,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차체 디자인을 통해 속도감 있는 스포츠카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지각변동 예상되는 준중형차 시장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을 표방하고 있는 포르테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출시 전부터 경쟁 모델들의 입지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고품격 이미지와 경제성을 함께 갖춘 드문 차라는 점에서다.

기아차는 연말까지 국내에서 2만대,해외에서 1만대를 각각 판매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내년엔 내수 5만대,수출 17만대 등 22만대를 판매하고 수출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될 2010년부터는 해외 판매량을 20만대로 확대해 연간 25만대씩 팔 계획이다.

포르테의 차체 길이는 4530㎜.현대자동차 아반떼(4505㎜)와 르노삼성의 SM3(4510㎜)와 비교하면 각각 25㎜,20㎜ 길다.

다만 GM대우가 오는 10월부터 판매할 예정인 라세티 후속 J300(프로젝트명)보다는 70㎜ 작다. 축거(앞뒤 바퀴간 거리)는 2650㎜다. 아반떼와 같지만 SM3(2535㎜)에 비해선 15㎜ 길다. 축거가 길다는 것은 실내 공간이 넓다는 뜻이다. 대신 포르테는 전고(높이)가 1460㎜로 아반떼의 1480㎜보다 20㎜ 낮다. 포르테가 스포츠카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것은 긴 차체에 비해 높이가 낮기 때문이다.


ℓ당 주행거리 14.1㎞ 최고연비


포르테의 힘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최대 출력이 124마력으로 아반떼보다 3마력,SM3보다 17마력 각각 높다. 지금까지 준중형급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버튼시동 스마트키나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포르테의 또 다른 매력은 고연비다. ℓ당 주행거리는 14.1㎞(자동변속기 기준)로 국내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비슷한 옵션을 기준으로 아반떼는 ℓ당 13.8㎞,SM3는 ℓ당 13.0㎞에 불과하다.

포르테의 가격은 아반떼보다 20만~30만원,SM3보다 100만원가량 높은 1328만~1845만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기아차는 앞으로 포르테 2000㏄ 모델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