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급락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가 최대 4000억위안(6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설에 힘입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운용 펀드의 현금 보유비중을 높인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관망세다. 2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178.81포인트(7.63%) 상승한 2523.28로 마감했다.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8일 이후 7일 동안 14% 이상 급락한 뒤 이틀 연속 반등하며 초강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4000억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JP모건의 리포트가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이와 관련,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경기부양의 주 내용은 인프라 건설과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이 될 것"이라며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부동산개발업체들이 파산하면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정부 내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리서치센터 주희곤 팀장은 "쓰촨성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복구사업이 올림픽 이후 본격화되고 소득세 면세기준을 현재 월 2000위안에서 3000위안으로 높여 세금을 감면해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고정자산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정부가 인프라 건설과 내수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1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이상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4000억위안의 경기부양설이 근거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주 팀장은 "증시 부양의 기대를 충족시킬 액션플랜이 나오지 않고 있고 올림픽 이후 경제 악화 우려가 겹치면서 최근 주가가 폭락했지만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에너지가격의 현실화로 국유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경기부양이 가시화된다면 주가는 강한 반등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아직까진 관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펀드들의 현금비중이 평균 60% 선으로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기부양설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창청증권의 리둥윈 애널리스트는 "서부지역 인프라 투자나 쓰촨성 지진복구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성장률은 기대치를 웃돌 게 분명하다"며 "그러나 현재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어 주가가 더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며 이게 기관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비유통주의 유통화 등 물량압박에 대해선 "유통화된 비유통주 중 30% 정도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고 대주주들이 나머지는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제 시장에 가해지는 물량압박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