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참 좋다!"

불을 끈 지 사흘이 지났으나 아직 뜨끈뜨근한 가마에서 꺼낸 옹기를 보며 문경 대승사 선원장 철산 스님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옹기가마 왼쪽에는 도자기를 굽는 가마도 있고 인근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찻잔이나 찻사발,그릇 등의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장과 옹기장이 태토(胎土)를 빚어 옹기를 만드는 공방이 있다.

대승사는 하루 14시간 이상 치열하게 정진하는 수행가풍으로 유명한 곳.그런데 왜 도자기와 옹기를 굽고 있을까. 철산 스님은 "사찰이 신도들한테 받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절도 이제는 자립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전(佛錢)수입에만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생산불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승사는 지난해 말 영농법인을 설립해 생산불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작년부터 사찰 주위 산에 산양산삼의 씨앗과 묘삼(描蔘) 3000포기를 심은 것을 비롯해 앞으로 2∼3년 동안 묘삼 7만본을 심을 예정.더덕,곰취,민들레,도라지도 심어 사찰의 안정적 수입원으로 삼을 작정이다. 산뽕나무 잎으로 만든 차와 국산 차잎으로 만든 발효차,다기,죽염,오미자된장 등은 이미 대승사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철산 스님은 "사찰이 가진 최대의 자원인 산을 잘 활용하면 절 살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심봤다 체험' 같은 걸로 산림체험 템플스테이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불교계에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면서 영농법인 설립 등 자립경제를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경남 양산 통도사는 올해 들어 '영축총림 영농법인'을 설립해 경내지에서 재배한 쌀과 새로 조성한 백련밭의 연잎차,연꽃차,말차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차의 고장인 해남 대흥사는 이미 2006년 설립한 영농법인을 통해 녹차를 비롯해 녹차를 이용한 된장과 고추장,청국장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의 경우 스님과 신도,주민 등이 개인 자격으로 출자해 '오대산의 봄'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해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으로 된장을 만들고 산나물을 브랜드화하는 등 수익원 창출에 나서고 있다.

지역 농민들과 연계한 사찰 중심의 영농법인 운영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강화 선원사와 당진 정토사,장성 백양사 등은 연을 벼농사의 대체 작물로 선택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선원사는 농민들과 함께 대규모 연 재배단지를 조성하고 농업회사법인까지 만들어 연차와 연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백련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정토사도 연 종묘 분양사업과 연 식품 개발,연 요리 템플스테이,연꽃축제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찰이 생산불교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신도들의 시주금만으로는 사찰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철산 스님은 "신도들의 시주금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산중사찰이나 농촌사찰의 경우 신도 수가 적어 스스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조금만 신경 쓰면 자립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