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역도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세계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시켜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요. "

경영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표현이다. 부하 직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요 책임인 것이다.

국가 경영도 다를 바 없다. 사회 각 부분을 제대로 평가해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진작해주면 나라 전체의 가치가 높아진다. 경제 살리기도 이런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제의 중심인 산업을 예로 들면,조선과 반도체는 금메달을 땄고 전자,자동차,IT(정보기술) 등은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업종들이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수많은 업종들이 여전히 '비인기 종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도 신경쓰지 않고 국민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잘나가는 몇몇 산업에만 의지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잠재력이 있는데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를 찾아내야 미래가 열린다. 생활 가까이 있는 건설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건설산업의 현주소는 바닥 수준이다. 3D업종에 '노가다'라는 이미지가 인재 유치에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여기에다 부패,뇌물이라는 단어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경기부양책에 장단 맞추다 보니 경기가 꺾이면 '위기설'에 휩싸이는 대표적인 위험 업종이 됐다.

그러나 잠재력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설은 1970~80년대 우리 경제를 일으킨 효자였다. 건설업 종사자도 180만명이 넘는다. 대부분 대기업 그룹이 계열사를 갖고 있어 인력구조나 자금면에서도 기본을 갖추고 있다. 또 행복도시 혁신도시 국제자유도시 자유무역지대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내수기반도 괜찮은 상태다. 중동,동남아 지역 등 '왕년의' 명성이 남아 있는 곳이 아직 많다.

세계적으로도 건설은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유엔미래포럼이 미래에 살아 남을 3개 산업으로 교육 관광과 함께 건설을 꼽았을 정도다. 국내에선 천덕꾸러기 신세지만 엄연히 올림픽 정식 종목쯤 된다는 얘기다.

건설뿐만 아니다. 업종끼리 서로 장점을 결합하는 융ㆍ복합 추세를 감안하면 모든 산업이 잠재력을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다. 어떤 산업에서든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분야를 찾아낸다면 다시 부활을 꿈꿀 수 있다는 얘기다.

단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정부가 예전의 방식대로 산업 정책 중심의 방향을 잡아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나서서 우량기업을 가려내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려는 식은 곤란하다. 이미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속도와 규모로 산업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선수의 잠재력을 찾으려고 여러 번 기회를 주는 코치나 부모의 역할을 하면 좋을 것이다. 정답보다는 목표를 주고,야단치는 대신 같이 반성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땅한 기준이 없으면 올림픽 규칙,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면 된다.

선진국이 되려면 산업의 선진화가 필수 조건이다. 경제상황이 나빠져 미래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 시점이 오히려 우리 산업을 보는 눈을 새롭게 가다듬어 보기 좋은 때다. 경제 금메달감을 찾아내는 혜안을 기대한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