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릭(드레이크 벨)은 우연히 유전자 변형 잠자리에 물린 후 슈퍼 잠자리맨으로 거듭난다. 그가 짝사랑하는 여자 질(세라 팩스턴)의 남자친구 삼촌(크리스토퍼 맥도널드)도 유전자 변형 실험 도중 실수로 사람의 기운을 빨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는 악당 아워글래스로 재탄생한다.

할리우드 영화 '슈퍼 히어로'의 줄거리는 어디서 본 듯하다. 바로 거미영웅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한 것이다. 빨간 스파이더맨 대신 보색인 녹색 잠자리맨을 내세워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다. 다만 패러디영화답게 웃음 코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릭은 '슈퍼 잠자리맨'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택시를 타고 사고 현장에 나타나 실수를 연발한다. 이보다 더 웃기는 장면은 중간에 등장한 '엑스맨' 패러디와 '짝퉁' 톰 크루즈다. 본래 배우들을 약간 '망가진' 스타일로 보여주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야구선수 '배리 본즈'와 초능력 영웅을 다룬 영화 '판타스틱4'까지 다양한 미국 문화의 패러디 장면들이 쉴새 없이 이어진다. 미국 영화나 문화에 상당한 지식을 갖춘 관객이어야 제대로 이해할 정도다.

패러디란 원래 관객이 익히 알고 있거나 기대하고 있는 장면을 어설프게 따라하거나 살짝 비틀어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전략이다. 기존 영화의 명장면들을 해체하는 모습에선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관습이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실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많은 패러디 장면들이 새로운 의미로 거듭나지는 못했다. 흥행에 성공한 패러디 시리즈 '무서운 영화'의 크레이그 매진 감독과 데이비드 주커ㆍ밥 와이스 프로듀서가 호흡을 맞췄지만 전작에 비해 즐거움은 적다. 21일 개봉,12세 이상 관람.

유재혁 기자/강해림 인턴(한국외대)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