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를 생산하는 A산업 최고경영자 P씨(56)는 지난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출장을 갔다. 도착하자 알 수 없는 설사를 계속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헬스매니저(간호사)에게 전화해 자신의 위치와 증상을 알렸더니 얼마 있지 않아 호텔로 현지 의사가 도착했다. 진찰 후 감염성 설사로 확인돼 처방받은 약을 먹었더니 빠르게 회복됐고 무사히 업무를 끝내고 귀국할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2005년 8월 미국 하버드 의대와 제휴해 만든 연간 1500만원짜리 CEO전용 건강관리프로그램의 내용이다. 매년 한차례 최고 옵션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평생건강설계를 해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응급시에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센터 측은 희망자가 몰리면서 120명인 가입 정원을 25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이 이 같은 20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건강검진시장을 놓고 치열한 2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역삼동 스타타워 38∼40층을 통째로 전세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한대를 비롯해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각 두대를 보유해 고객들이 병원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검진을 받도록 유도해 경제적 여유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센터 측은 "350만원이 넘는 고가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줄곧 하루 10명을 웃돈다"며 "월 평균수입 2000만원 이상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성북구 등에 거주하는 중견기업 이상 임원 및 CEO 등 부유층이 주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일본 동남아 미국 등에서 1박2일 또는 2박3일 숙박검진을 받으러 연간 1500명이 입국할 정도다. 이 병원 윤대현 정신과 교수는 "그동안 미국 선진 검진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성공적으로 토착화시켰다"며 "지금은 감히 아시아 최고라고 내세울 정도여서 우리 모델을 경쟁 병원에서 많이 참고한다"고 자랑했다.

서울대병원이 급성장하자 1994년 개원 이후 줄곧 이 분야를 개척해 온 삼성서울병원도 시설 확충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초 문을 연 암센터 4,5층에 건강의학센터를 출범시켰다. 남녀 따로 검사 장소를 구분지었고 CT 장비를 별도로 갖췄으며 서울대병원과 대등한 수준으로 VVIP고객을 위한 1000만∼1500만원짜리 CEO프로그램도 내놓았다. 최근에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오재건 순환기내과 교수를 초빙,초음파만으로 심장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첨단검사기법을 도입 중이다.

국내 최대인 2708개의 병상을 갖춘 서울아산병원도 지난 5월 개관한 신관 4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건강증진센터를 꾸며 쾌적성을 높였다. 신관 15층에는 부부 검진 전용 병실 3개와 개인 검진 전용 병실 5개 등 8개 병실을 운용하는 등 럭셔리를 추구했다.

이들 빅3 건진 병원 외에 내년 5월 정식 개원하는 가톨릭의료원 서울성모병원(현 강남성모병원)도 프리미엄 검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신축 병원 4층에 2640㎡ 규모의 검진센터를 만들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진정한 고품격 환자 맞춤형 상품,검증된 보완대체의학 등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설 태세다.

고려대의료원도 지난해 기부받은 서울 청담동 1320㎡ 부지 인근에 추가로 땅을 매입,향후 2년 내에 강남 제일의 건강검진센터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많은 병원들이 고수익을 바라고 프리미엄 건강검진 상품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 관계자는 "건강검진은 장례식장 부대사업(상가임대) 등과 함께 병원의 3대 수익원"이라며 "중저가 검진은 30%,프리미엄 검진은 50%의 이윤을 남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360억원대의 매출에 90억원 안팎의 수익을 남겼다"며 "인력과 시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훨씬 많은 수익도 창출할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