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대가로 검은 돈을 주고 받은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PD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검찰 수사 결과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P.Y.D 등 연예기획사들도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일손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연예 전문 변호사로 7년 동안 활약하다 최근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그 자회사인 BOF의 대표로 취임한 표종록씨(37.사법시험 41회)는 "불행한 일이지만 필요한 과정이며,이번 검찰 수사는 연예기획사가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용준 소지섭 이나영 최강희 등이 소속돼 있는 이 회사는 5년 연속 적자에 최근 일부 연예인의 이탈 등 악재까지 겹쳐 있는 상태.표 대표는 배용준 등 주주와 경영진의 요청에 따라 이 회사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한때 배용준이 대주주로 등극,'배용준 테마주'로 불리며 2년 전에는 4만원 넘게 치솟았던 키이스트 주가는 이후 계속 떨어져 현재 3000원대로 주저앉았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소위 머니게임형에다 매니저 및 연예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이라 비용관리를 정밀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호재성 정보를 퍼뜨려 당장 주가를 부양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경우도 많았지요. 하지만 더 이상 연예인 테마주는 나오기 힘듭니다. "

표 대표는 "노예계약으로 대표되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과 '흥청망청 로비'를 뿌리뽑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신인가수 A의 월 수입이 1000만원이고 이를 기획사와 5 대 5로 나눈다고 하자.이 경우 로드매니저.헤어 메이크업.식대.차량 등 관리비용을 연예인에게 떠넘긴다면 A의 수입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합리적인 수입 배분 비율을 정해 놓고도 해당 연예인의 데뷔 등에 따른 '은공' 차원에서 사주가 순수입을 거의 다 가져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성가수그룹 B가 속한 연예기획사 Y의 경우 사주가 순수익의 80~90%를 가져가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표 대표는 회사 대표를 맡자마자 직원 모두에게 '술접대'를 금지했다. 또 직접 소속 연예인 모두에 대한 '1 대 1 멘토링'에 나섰다. 연예인 1인당 수입(출연료.광고.부가 판권 등) 등 개인 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을 통해 해당 연예인의 수입과 기획사의 관리비용을 비교 분석하는 일은 그의 일상이 됐다. 법조인 출신이 연예기획사 대표로서 소속 연예인의 전속 계약과 스케줄까지 챙기는 것은 표 대표가 처음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친한 신인 연예인 K씨가 BOF로 소속을 옮기고 싶다고 하자 3개월에 걸친 조율 끝에야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친분을 떠나 계약은 명확히 해놔야 나중에 분란이 생기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연예기획사들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도 다 이유가 있었다. 예상 연수입이 15억원인 스타급 연예인을 전속 계약 3년,계약금 8억원에 데리고 오면서 수입 배분을 7(배우) 대 3(기획사)으로 했다고 치자.관리비용을 기획사가 부담하고 전속계약금 8억원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표 대표가 최근 회사의 전문 매니지먼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와 경영학 석사(MBA) 출신 컨설턴트를 1명씩 영입한 이유다.

표 대표는 기획사와 PD 간에도 충분히 건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절친한 방송국 PD가 있는데 제가 저녁을 사면 그쪽에서 술을 삽니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어디가서도 항상 저와 제 회사 소속 배우를 추천해줍니다. 전 변호사일 때나 지금이나 '룸살롱' 접대를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클라이언트들은 남들보다 훨씬 많다고 자부합니다. 일로 보여주니까요."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