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창업ㆍ프랜차이즈 업계는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에다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광우병 괴담 등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대부분 외식 자영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생활물가 급등으로 외식비부터 줄이면서 매출이 줄고,각종 식자재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AI 확산과 광우병 괴담의 직격탄을 맞은 쇠고기ㆍ오리ㆍ치킨 전문점은 매출 급감으로 상당수가 업종을 전환하거나 문을 닫기도 했다. 이로 인해 예비 창업자들이 창업을 주저하고 가맹본부들도 가맹점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창업 시장은 침체에 빠졌다.

하반기에도 국내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 악화에 따른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맹점 개설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공개서 등록제'를 본격 시행함에 따라 영세한 가맹본부의 퇴출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탄탄한 브랜드 파워나 높은 수익성을 갖춘 가맹본부들은 오히려 예비 창업자들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최근 3~4년간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친환경과 웰빙을 앞세운 외식 아이템들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외부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업종이 강세를 띨 전망이다. AI 확산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은 치킨 전문점들의 선전도 기대되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으로 아예 외식 대신 서비스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창업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맥주전문점,찌개전문점 등 '수요 안정' 업종 관심

AI 확산,광우병 괴담으로 관련 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에,이런 외부 변수에 영향을 덜 받으며 수요가 안정적인 맥주전문점이나 전통음식 전문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별화한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치어스'(www.cheerskorea.com)는 메뉴를 특화해 업그레이드한 맥주전문점으로,전문 주방장이 즉석에서 조리한 메뉴를 내놓아 여성이나 가족 단위 고객까지 주고객층으로 흡수했다. '다라치'(www.darachi.co.kr)는 맥주맛을 차별화한 맥주전문점.각 매장에 무균 맥주 시스템을 도입,깔끔한 맥주 본연의 맛을 그대로 전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찌개전문점 '찌개애감동'(www.zzigae.com)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을 각 가맹점에 공급,집에서 끓인 듯한 구수한 찌개를 선보이면서 카페풍 인테리어로 젊은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전주의 전통음식인 콩나물국밥을 프랜차이즈화한 '완산골명가'(www.wansangol.com)'는 맛의 핵심인 육수를 티백으로 만들어,표준화하기 힘든 전통음식의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가맹점주가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지수' 높인 메뉴로 소비자 공략

잇달은 먹거리 파동으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외식 수요가 커지자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안전성을 높인 메뉴를 내놓으며 소비자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들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삼겹살전문점 '떡쌈시대'(www.ttokssam.co.kr)는 항생제를 주사하지 않는 대신 벌침으로 면역력을 높인 국내산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PB(자체 상표) 상품으로 공급,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천연 아이스크림으로 웰빙지수를 높인 아이스크림 카페들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창업 아이템.'비세븐아이스크림'(www.b7icecream.co.kr)은 재료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천연 과일을 우유와 섞어 매장에서 즉석으로 신선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낸다.

◆'볼런터리 체인' 창업 주목

프랜차이즈가 주도하는 창업 시장에서 최근 '볼런터리 체인'(Voluntary Chain) 창업이 초기 투자비에 부담을 느끼는 예비 창업자들로부터 창업비를 절약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볼런터리 체인'이란 각 점포들이 공동 브랜드와 공동구매,공동 마케팅 등 이미 협의한 사항만 함께 진행하고 나머지 운영에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독립 창업에 비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면서 가맹비나 로열티가 없어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피부관리 전문점인 '벨모나'(www.bellmona.com)는 창업비용이 66.1㎡(20평) 기준으로 점포 임대료를 제외하고 4000만원 정도다. 자동차 외형 복원 전문점인 '레드카펫'(www.carup.net)은 교육비와 운영 장비 구입비용인 1600만원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치킨전문점 '부활' 기대

치킨전문점은 상반기 AI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은 업종이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상반기에 주춤했던 만큼 하반기에 대표적인 서민형 먹거리로 '부활'이 기대되는 업종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일반 치킨집과 차별화한 메뉴와 인테리어로 매출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치킨조치(www.chickenjochi.co.kr)'는 밝은 색상의 카페풍 매장 인테리어로 이색적인 공간을 연출했고,'사바사바치킨호프'(www.sabasaba.co.kr)는 매장 전면에 튀김실을 배치해 테이크아웃 판매를 강화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도움말=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