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선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반도체 전자부품 등 주력 수출제품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빠져든 데다 이들 선진국 침체가 신흥국으로 확산될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호황을 구가하던 자원 부국의 경기도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흔들릴 조짐이어서 수출로 버텨온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4.6%에 불과했던 제조업의 재고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꾸준히 상승해,지난 6월 15.9%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수출을 주도하던 품목의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및 부품의 재고 증가율은 81.2%나 됐고,컴퓨터는 330%나 급증했다. 의류도 재고가 13.0% 증가했고,전기장비도 11.8% 늘었다. 자동차는 국내 재고가 6.7% 늘어난 것은 물론 해외 공장의 재고가 급증,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월 평균 수출 증가율이 아직 20%대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상당 부분은 원유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출제품 가격에 반영된 '가격 효과'라고 분석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격 효과를 제외한 실질 수출증가율은 10~11%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4%대였던 2006년과 2007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얘기다.

더욱이 선진국의 침체가 더 깊어지고 중국이 올림픽 이후 심각한 경기 불안을 겪는다면 한국의 수출은 더욱 둔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