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제도 '마이너스 성장' 쇼크
홍콩 경제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7일 홍콩 특별행정자치구 웹사이트에 따르면 홍콩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1.4%로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이 뒷걸음쳤다. 전년 동기와 견줘서도 4.2% 성장에 그쳐 2003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서먼 찬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는 조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홍콩도 글로벌 경제 영향권



홍콩의 2분기 성장률 4.2%는 1분기(7.3%)는 물론 다우존스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5.3∼5.9%)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홍콩 경제가 갑작스럽게 나빠진 것은 양대 축인 수출과 금융서비스가 글로벌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크게 위축된 탓이다. 중국의 경기둔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홍콩의 2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에 그쳐 1분기(8.3%)에 비해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서비스 부문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3분기 13.7%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둔화되면서 2분기에는 7.1%에 머물렀다.

또 올 들어 홍콩 증시 항셍지수가 24% 떨어지고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면서 소비가 위축된 것도 성장을 끌어내렸다. 2분기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7% 올라 4분기 연속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불안으로 2분기 개인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0.6%를 기점으로 3분기 연속 둔화됐다. 특히 전분기 대비 기준으로는 2분기 개인 소비지출이 오히려 1.6% 감소했다. 항셍은행의 이리나 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 쇼크 수준의 성적표가 나온 것은 예상보다 적은 소비지출 탓"이라며 "지난해 성장의 주요 동력이던 소비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까지 경기둔화 지속"



홍콩 정부는 이번에 2분기 GDP를 발표하면서 올 성장률 전망치 4∼5%는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4%에서 4.2%로 높였다. 지난해 홍콩의 소비자물가는 2% 상승에 그쳤다. 홍콩 정부는 2분기 경제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둔화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금융시장 불안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경기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리나 팬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로 낮췄다. 지난해 홍콩 경제는 6.4% 성장했다. 스탠다드차타드 홍콩의 켈빈 라우 이코노미스트도 "수출,투자,소비 모두가 둔화됐다"며 "앞으로 최소 몇 분기 동안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릴 다운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홍콩시티대학의 리쿠이와이 교수는 "홍콩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기지를 두고 있어 중국 경기둔화는 홍콩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이 중국 정부의 거시정책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긴축 완화 조치가 홍콩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