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선거자금 동원력만으로 대결한다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16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는 지난달 5100만달러를 모은 것을 포함해 그동안 총 3억9100만달러를,매케인은 같은 달 2700만달러를 더해 지금까지 1억72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선거유세 등에 쓴 자금을 빼고 당장 쓸 수 있는 실탄도 오바마가 6580만달러로 2140만달러에 그친 매케인을 세 배 넘게 압도했다.

하지만 매케인은 지난 5개월 연속 매월 모금액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다음 달 전당대회(1∼4일) 이후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8400만달러에다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모금해 현재 손에 쥐고 있는 7500만달러에도 기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지 않기로 한 대신 직접 모금에 승부를 걸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200만명 이상의 선거자금 후원자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에서다. 매케인이 확보한 후원자는 60만명선이다. 다만 오바마를 측면 지원할 수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잔액은 2850만달러에 그쳐 공화당 전국위원회보다 훨씬 적다.

양측 간 이 같은 모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선후보 경호비용은 역대 최고인 1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백악관 경호실은 이날 "후보 경호비용이 1억7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4년 대선 당시의 후보 경호비용인 7400만달러에 비해 50%나 늘어난 규모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오바마 후보에 대한 암살 등 신변 위협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대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빨라진 것 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 12∼14일 실시된 갤럽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똑같이 44%를 기록했다. 지난달 23∼25일 조사에 이어 두 번째 동률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