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수많은 이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개발인력들은 신화 창조의 전위대이자 주역이었다. 이들은 이후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중추이자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주자로 성장했다. 현재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의 대다수도 반도체 사업부 출신이다.

초창기 반도체 신화의 주역은 이윤우 현 삼성전자 총괄 부회장.1968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한 그는 197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뒤 30년간 반도체 개발에만 몸 담은 '반도체 신화의 산증인'이다. 1985년 256Kb D램 개발을 주도했고,1992년 메모리사업총괄 부사장 시절 사상 처음으로 D램 사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놨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반도체 신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역 중 한 명.미국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하고 IBM에 근무하던 진 전 장관은 1985년 "반도체로 일본을 한번 이겨보겠다"며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그는 1990년 16Mb D램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하면서 해외 업체들로부터 '미스터 칩(Mr.Chip)'이란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 반도체 신화를 이어간 주역은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과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이었다. 황 사장은 스탠퍼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89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b D램을 개발했다. 2000년 메모리사업부장을 거쳐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반도체총괄 사장을 맡아 D램과 낸드플래시를 확고하게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2000년 세계 반도체학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용량)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삼성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황 사장보다 1년 앞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권 사장은 반도체 신화의 출발점인 '64Mb D램 세계 최초 개발'의 주역이다. 1997년까지 D램 개발업무를 맡았던 그는 이후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 사업팀으로 옮겨 D램,낸드플래시 중심의 반도체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임형규 신사업팀장(사장) 등도 반도체 사업부 출신이다. 이 사장은 1976년부터 1994년까지 D램 양산을 담당했다. 박 사장은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1년 프린터사업부로 옮기기 전까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담당했고,임 사장도 1982년부터 2004년까지 메모리사업부장과 시스템LSI 사업부장 등을 맡아 반도체 신화 창조에 기여했다.

개발 주역은 아니지만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도 반도체와 인연이 깊다. 그는 1985년부터 13년간 반도체 해외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초창기 반도체 수출을 주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