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현 < 공정거래위 경쟁정책국장 >

정부는 그간 논란이 많았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출총제란 자산합계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총자산 2조원 이상인 회사가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를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출총제는 대기업집단의 과도한 계열사간 출자에 의한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도입됐는데,20여년 만에 폐지절차를 밟게 됐다. 출총제 폐지 결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총제가 폐지되면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과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범이 재발되고,총수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과 선단식 경영 등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특히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기업경영 여건의 변화나 기업내부 및 시장감시 강화 조치,그리고 이에 따른 경영행태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걱정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무분별한 기업확장은 이제는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글로벌 경쟁,국가간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은 정부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또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범과도 관련이 없다. 중소기업 영역참여는 적은 자본으로 가능하므로 출총제로는 사실상 규제할 수 없고,출자가 수반되지 않는 사업부제 형태로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룹경영은 특정 계열사가 불이익을 보더라도 그룹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기업가 판단'을 존중한다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출총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M&A와 신규사업진출 등 성장지향적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것일텐데,이런 부작용은 글로벌 경쟁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외국에 없는 규제를 함으로써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그간 지속적으로 출총제의 부작용 심화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다양한 예외인정과 출자한도 완화,규제대상 축소 등이 그것이다. 출총제는 지나치게 오래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