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통도사, 휴식공간으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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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오전 경남 양산 통도사.사찰 경내로 들어가는 승용차들이 꼬리를 문다. 산문을 들어서자 보행로 왼쪽의 널찍한 계곡 양편 축대 위에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운 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쉬고 있다. 계곡 안에선 튜브를 낀 아이들이 물놀이에 신났다. 물장구를 치고 산천어를 쫓느라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곳이 정말 천년고찰 통도사인가 싶을 정도다.
물놀이 인파는 성보박물관을 지나 일주문,천왕문 옆까지 이어졌고,계곡 가운데 설치한 두 개의 분수대에서 치솟는 물줄기가 눈까지 시원하게 한다. 몰려든 승용차 때문에 주차 안내원들은 바쁘다. 성보박물관 건너편의 일호주자창과 그 위쪽 솔밭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滿車)' 표지판을 세웠고,암자로 향하는 길 옆과 숲 곳곳의 빈터까지 차량들이 차지했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이래 매일같이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통도사가 이처럼 인파로 북적대며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정우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정우 스님은 서울 양재동 구룡사를 비롯해 국내외 20여 곳의 도심포교당을 개척해 '도시포교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인물.도심포교의 성공 비결이었던 '신도 중심'을 통도사에도 그대로 적용해 신도들과 더불어 신도들을 위한 살림을 표방했다.
이를 위한 첫번째 조치가 신도나 내방객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서도록 배려하는 것.경내 곳곳에 있던 '출입금지' 팻말을 모두 없애는 대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출입제한' 표시를 써붙였다. 산사에 어울리지 않는 바리케이드와 철대문을 없애고 경내지 산림보호를 위해 쳐놓았던 울타리와 철조망도 걷어냈다. 외래종과 잡목이 뒤섞인 경내지 솔밭도 대폭 정비해 전통 수목인 소나무 중심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부처님오신날 등 일년에 두세 차례만 개방하던 적멸보궁(석가모니 진신사리탑)을 상시 개방해 언제나 참배할 수 있도록 한 것.덕분에 적멸보궁을 찾아 진신사리탑 둘레를 도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됐고,매년 조금씩 감소 추세를 보이던 신도 수도 부쩍 늘었다. 평일 5000명,휴일 1만명가량이 통도사를 찾는다.
'생산불교'를 위해 극락암 아래 장밭들에 3300개의 플라스틱 함지박으로 백련밭을 조성한 것도 신도와 내방객을 위한 배려의 하나다. 뿌리,잎,열매를 모두 활용하는 연은 사찰의 수익원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복원과 볼거리 제공 등 활용도가 높다.
정우 스님은 "백련과 연간 1000석을 생산하는 쌀,차는 통도사를 상징하는 주요 생산품이 될 것"이라며 영농법인까지 설립했다.
사찰 안 계곡을 본격적인 물놀이 공간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간이 계단과 분수를 설치하고 준설까지 했다. 사찰입장료(성인 2000원,어린이 1000원)와 주차비(2000원)도 싼 편이어서 4인 가족의 경우 1만원도 들지 않는다.
정우 스님은 "버너를 사용한 취사나 텐트 설치 등은 통제하지만 오시는 분들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시민의식이 성숙해 굳이 통제하지 않아도 술 마시고 추태를 부리거나 경관을 해치는 행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찰이 근엄하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 따뜻하고 편안하고 너그러운 부처님처럼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그의 바람이 통도사를 바꿔놓고 있다.
통도사(양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