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주가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늘고 있는데 원가는 감소하고 있어 이익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4년부터 시작한 브랜드 경영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오전 10시 33분 현재 기아차는 전날보다 500원(3.92%) 오른 1만3250원에 거래되며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주가상승률이 23%에 이르러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기관이 최근 한 달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연일 '사자'에 나서 1080만여주 가량을 순매수, 상승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주가 강세의 배경은 무엇보다 판매 호조에 있다. 기아차의 올 7월 내수판매는 2만7514대로 전년동기 대비 37.5% 늘었다. 특히 '로체 이노베이션'이 출시되자마자 7월 한 달 동안 6912대나 팔려 중형차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경차 뉴모닝도 고유가로 인해 호조를 보였다.

이에 대해 공정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4년부터 시작된 브랜드 경영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아차는 1999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플랫폼 공유로 합병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아차 고유의 정체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아차는 2004년 브랜드 경영을 선언하고 그 일환으로 작년 9월 세계적 자동차 디자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나섰다. 올해 초 출시된 '모하비'와 지난 6월 출시된 '로체 이노베이션'은 슈라이어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있다.

고 연구원은 "하반기 준중형 '포르테'와 소형 크로스오버(CUV) '쏘울' 출시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도 4개 차종이 새로 나올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개선 덕에 2000년 이후 처음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적자 탈출에 성공한 기아차의 실적은 꾸준히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 85.7%에 이르던 매출 원가가 올 상반기 80%로 크게 개선됐다"며 "영업이익률도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기아차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올려잡고, 목표주가도 기존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외국인의 공매도에 따른 대차잔고 증가와 우선주 문제 등은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차는 1999년 채무를 변제받으면서 우선주 발행 옵션을 채권단에 제공했다.

최대식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대차잔고가 7200만주 가량으로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앞으로 수급상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우선주 문제도 보통주가 주당 1만5000원 이상의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