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20년간 6개 대회를 거치는 동안 여자 양궁 금메달을 독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모를 땀과 눈물,그리고 과학적인 지원이 있었다.

국가대표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 양궁장에서 오후 11시까지 활을 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잠든 한밤중에도 양궁장에 서치라이트를 밝혀놓고 팔이 더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 활 시위를 당긴 것이다. 지난 5월엔 육군정보학교에 들어가 특수훈련도 받았다. 반지하식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갑자기 귀신 복장을 한 조교들이 나타나는 미로를 지나가는가 하면 살아있는 뱀을 옷 속에 집어넣는 등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키웠다. 지난해와 올해는 경기도 번지점프장에서 수차례 수십m 아래로 서슴없이 뛰어내렸다.

베이징 올림픽 그린양궁장에서 라이벌 중국의 소음 응원이 예상되자 이에 대비한 강훈도 이어졌다. 경정장이나 야구장에서 소음 훈련을 받는 것은 대만 등도 따라하는 기본 코스.

지난해 프레올림픽에서 양궁장을 답사한 뒤 그 환경 그대로 모방해 태릉선수촌 양궁장에 가상 훈련시설을 만들었고,7월엔 송파구 방이동 평화의 문 광장에 모의 양궁장을 설치한 후 소음 적응 훈련까지 거쳤다.

대한양궁협회의 뒷받침도 있었다. 양궁장 가상훈련 시설이나 평화의 문 광장에 모의 양궁장을 설치하기 위해 수억원을 지원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소음 응원을 잠재우기 위해 작년부터 올림픽 양궁장 입장권을 9000여장이나 사들여 대규모 응원단을 구성했다. 응원단이 묵을 호텔방을 잡기 위해 2006년부터 뛰어다녔다는 설명에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정의선 양궁협회장은 선수 전원에게 동영상과 음악을 재생하는 MP5 플레이어를 선물하는가 하면 지난 7일부터는 베이징으로 날아와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