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MMF(머니마켓펀드)와 은행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시중자금이 크게 줄고 있다.

기준금리가 최근 인상됐지만 고물가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자금운용이 거의 무의미해진 반면 회사채 발행금리는 높은 상황이어서 주요 투자자인 기업들이 유동성 추가 확보를 위해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84조4701억원으로 올 최대치로 치솟았던 MMF 잔액은 이달 7일 71조9027억원으로 급감해 보름여 만에 12조56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MMF와 유사한 MMDA(수시입출금식 예금)를 포함한 요구불예금도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과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2조2800억원이 줄어 단기성 시중자금이 14조8000억원 이상 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에서 빠져나간 단기 자금들은 대부분 기업들의 운영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MMF와 MMDA의 금리는 올 초만 해도 물가상승률보다 높았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5.5%로 치솟으면서 매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박지우 국민은행 수신상품부장은 "7월은 기업들이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는 시기로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질금리가 제로인 상황이어서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승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장도 "최근 회사채 발행 금리가 3년 만기 국고채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져 기업들이 중장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일단 MMF나 MMDA에 단기로 맡겨 놓았던 자금을 부채정리 등에 쓰려고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인설/김재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