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해운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철강 화학 등 중공업 부문의 생산을 억제함에 따라 해상 물동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로 인해 벌크선 등의 해운 운임은 최근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해운시장에는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벌크선 운임지수 한달새 20% ↓

해상운임의 잣대가 되는 '벌크선 운임지수(BDI.Baltic Dry Index)'는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9000포인트를 웃돌던 BDI는 지난 7일 7521포인트로 떨어지며 근 한 달 새 20% 가까이 폭락했다. 사상 최고치(1만1793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 5월 중순에 비해서는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BDI는 철광석 곡물 등 '건(乾)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의 운임을 항로별로 집계한 것.1985년 1월4일의 평균 운임을 기준(1000)으로 삼는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렇게 BDI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꼽는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철광석 및 석탄 수요가 줄면서 벌크선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공해 물질 배출량이 많은 철강 화학 등의 업체에 생산 중단 또는 감산을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연간 조강생산량 1300만t 규모의 셔우두강철(首都鋼鐵)이 용광로 4개 중 3개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150여개 관련 업체가 감산에 돌입했다.

'제조업 생산량 축소→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수요 감소→중국의 해상 물동량 감소→해운 운임 하락'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비수기인 여름에는 BDI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정도가 심하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해상 물동량 감소 우려를 증폭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아진 해운업 불안심리

해운업체들은 주로 1년 단위의 장기 운송계약을 맺기 때문에 단기간의 운임 변화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BDI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에는 결국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들어 해운업체들의 주가가 전반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크다. 향후 업황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진 것이다. 한진해운 주가는 최근 2주 동안 18.6% 빠졌고 STX팬오션과 대한해운도 15%가량씩 떨어졌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로 컨테이너선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추이를 나타내는 종합용선지수(HR)는 지난 주말 1132.4포인트로 한 달 전에 비해 70포인트가량 내렸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구 등 주택관련 화물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요 아이템"이라며 "유럽 주택시장도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앞으로 줄어들 우려가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백지애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BDI 하락이 단기적으로는 해운업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장기화되면 단기 용선 비율이 높은 업체부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