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8일 감사원의 해임 요구를 받아들여 정연주 사장의 해임을 제청했다. KBS의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 가결은 현실적으로 정 사장을 물러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향후 절차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은 행정안전부를 거쳐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이징올림픽을 참관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9일 돌아올 예정이어서 내주 초에는 해임 제청안을 수용할 전망이다.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했고,KBS 최고 의사결정기구면서 사장 추천권을 지닌 이사회가 결의한 것을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KBS 이사회의 결정을 검토한 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지금 제기된 여러가지 경영상 부실이나 비리가 이유 있다고 판단될 때 해임 요구 제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획관은 "KBS 사장은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임명권자가 해임권을 갖고 있다는 게 주된 법리적 해석"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다음 주부터 사장 공모 작업에 들어가 이달 말이나 9월 첫째주에는 사장 후보 공모를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1주일에 걸친 신청 기간이 만료되고 심사를 거치면 적어도 9월 셋째주에는 3명의 후보를 결정하고 이 대통령이 신임 사장을 낙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신임 사장이 임명될 수도 있다.

◇남은 쟁점

이번 사태는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에 따라 정 사장을 해임하면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지와 해임 근거가 적법한지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 사장 측은 지난 7일 감사원 해임 요구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대통령의 해임권을 놓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사장 측은 "방송법에는 KBS 사장에 대해 대통령의 '임면권'이 아닌 '임명권'을 명시하고 있어 해임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재판관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승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정 사장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는 "통상적으로 해임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임명 절차에 준해 해임 절차를 밟는다"며 "이사회가 해임 제청을 의결하고 대통령이 수용하면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무위원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권'만 지녔지만 후임자를 임명하는 순간 전임자는 자동적으로 면직되는 게 관행이다. 이 같은 법적 논란과 함께 신임 사장 임명 과정에서 야권과 시민단체,KBS PD협회 등 직능단체들도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 측의 해임 사유

200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07회계연도까지 1172억여원의 누적 사업손실을 내는 등 부실 경영으로 적자를 구조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2008회계연도에는 439억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등 KBS가 큰 위기를 맞았다고 이사회는 지적했다.

또한 정 사장이 스스로 최대 성과로 꼽고 있는 팀제 개혁도 실패라고 판단했다. 팀제 개혁은 자율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조직 내부의 업무 조정과 통제 기능을 상실시켰다는 것.지난 6월 근무자의 직무 태만으로 전국 절반 지역에서 2분∼2시간씩 송출이 중단됐지만 관련자를 문책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