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편의.정숙성 대신 디자인.드라이빙에 초점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 매니아들이 찾는 그 무엇"
자동차의 꽃으로 곧잘 불리는 쿠페(coupe)가 애호가층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특유의 날렵하면서 매혹적인 디자인과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강력한 주행 성능을 무기로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을 끝없이 유혹하며 수요 기반을 확대해가는 중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수입차 회사들이 정통 쿠페 및 쿠페 스타일 차량을 잇따라 선보이며 관심층을 늘리고 있고 국산 유일의 쿠페인 투스카니를 판매 중인 현대자동차는 9월 초 신형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하며 바람몰이에 가세한다. 기아자동차 역시 이달 말 나오는 준중형 신차 포르테의 쿠페 모델을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계획이다.
◆왜 쿠페인가
쿠페는 자동차 업계에서 말하는 '볼룸카(대량 판매가 이뤄지는 모델)'는 아니다. 좁은 실내공간 등으로 인해 대중적인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들은 왜 쿠페를 경쟁적으로 내놓을까.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은 왜 그렇게 쿠페에 열광할까.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쿠페를 세단이나 SUV와 같은 일반적인 자동차들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면서 "자동차 회사라면 모두가 만들고 싶고 조금이라도 자동차를 아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은 그런 차"라고 설명했다. 쿠페는 대중 자동차에서 강조하는 실용성과 편의성,정숙성이 아니라 튀는 디자인과 파워풀한 주행 능력,운전하는 재미에 맞춰진 실내 배치 등으로 오히려 '자동차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얘기다.
쿠페 구매층은 일반적으로 젊고 도전적이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남과 다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쿠페는 단순히 하나의 자동차가 아니라 자신을 대변해주는 '그 무엇'이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주인공이 된 느낌을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쿠페이고,개성 강한 디자인에서 나만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게 쿠페다. 거침없는 고속도로 질주에서 짜릿한 일탈의 느낌을 만끽할 수도 있다. 쿠페는 이런 이미지들의 집합체다.
자동차 메이커들에 쿠페는 앞선 디자인 능력과 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수단이다. 쿠페 품질로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최고의 전문가인 자동차 회사의 디자이너 및 엔니지어들은 쿠페 모델을 통해 개개인이 꿈꾸는 '완벽한 자동차'에 한발 다가서는 기회를 갖는다. 다만 니즈를 반영해야 하기에 최소한의 타협은 불가피하다. 동급 대중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세단과는 차별화되는 차량 특성에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려는 수요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 회사에는 매력적이다.
◆늘어나는 쿠페 모델들
현대차는 다음 달 초 후륜 구동 방식의 정통 스포츠 쿠페인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인다. 최대 출력 210마력의 2000cc 쎄타 TCI엔진 모델과 303마력 3800cc의 람다엔진 모델 등 두 종류다. 고성능 자동차를 원하는 30대가 주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쿠페는 회사의 기술력을 집약한 모델"이라며 "기존 투스카니와는 단순 비교가 힘들 만큼 디자인과 성능 등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첫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의 플랫폼(차체 뼈대)을 변경 적용하는 이 차는 포르쉐,벤츠 등 프리미엄 스포츠카에 탑재하는 브렘보의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을 도입,브레이크 성능을 대폭 강화했다. 운전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젊은 감각의 시트와 함께 스포츠카처럼 낮은 운전석을 확보했고 엔진 및 배기 사운드도 튜닝했다. 디자인에서는 'Z' 모양의 측면 스타일 등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앞세웠다.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께 첫 쿠페인 '포르테 쿠페'를 선보인다. 1600㏄와 2000㏄ 두 가지 모델로 제네시스 쿠페보다 한 등급 아래다.
아우디 TT는 오랫동안 주목받고 있는 소형 쿠페다. 세련된 외관에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레이싱카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면서도 차체 높이를 낮게 설계,스포츠카다운 역동성도 강조했다. 터보차저를 갖춘 2.0 TFSI 엔진을 장착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 6.4초에 불과하다. 연비도 12.3㎞/ℓ로 수준급이다.
BMW는 SUV와 쿠페의 장점을 결합한 X6을 출시했다. BMW에서 SAC(스포츠액티비티쿠페)로 이름붙인 새로운 장르의 차다. 쿠페 특유의 디자인과 역동성에 SUV의 넓은 실내공간,차체 강성을 결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을 만큼 적재공간이 넓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연비도 10.5㎞/ℓ나 된다. BMW 계열의 최고급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도 팬텀 쿠페를 내놓을 예정이다.
벤츠는 최근 쿠페형 최고급 세단 CLS 63 AMG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벤츠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차세대 세단 모델로 세련된 외관과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파워가 어우러진 최상의 자동차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AMG 엔진은 독일 AMG 본사에서 1인 1엔진 전담 시스템에 따라 조립된다. 제로백이 4.5초에 불과할 만큼 가속력이 탁월하고 가격은 1억6000만원을 웃돈다.
인피니티는 기존 G35 쿠페를 완전히 탈바꿈시킨 G37 쿠페를 새로 내놨다. 닛산이 자랑하는 스포츠카 350Z를 쿠페 버전으로 만든 것을 다시 업그레이드했다. 지난달 내놓자마자 초기 반입 물량 74대가 모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로백은 5.6초다. 폭스바겐은 계열 포르쉐를 통해 뉴 911 카레라 쿠페 등을 선보인 상태다. 푸조도 디젤엔진을 얹은 쿠페 407 HDi를 내놓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쿠페(Couper)
쿠페는 프랑스어로 자르다(couper)는 의미로 원래 마부 뒤로 승객용 좌석이 한 줄만 있는 짧은 마차를 뜻했다. 지금은 2인승 또는 4인승 좌석을 갖추고 있으면서 고정된 하드톱 지붕(딱딱한 재질로 만든 자동차 지붕)의 뒤가 낮아지는 스타일의 자동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문은 좌우 2개가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세단의 편이성을 접목한 4도어 쿠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쿠페는 프랑스어로 자르다(couper)는 의미로 원래 마부 뒤로 승객용 좌석이 한 줄만 있는 짧은 마차를 뜻했다. 지금은 2인승 또는 4인승 좌석을 갖추고 있으면서 고정된 하드톱 지붕(딱딱한 재질로 만든 자동차 지붕)의 뒤가 낮아지는 스타일의 자동차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문은 좌우 2개가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세단의 편이성을 접목한 4도어 쿠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