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1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로 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글로벌 채권 발행 대신 커버드본드 발행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새로운 외화 조달 창구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1월 말까지 유럽시장에서 공모 방식으로 10억유로 규모의 '점보급' 커버드본드를 발행키로 하고 최근 금융 당국과의 협의를 마쳤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추가 약정서를 받는 등 발행 준비를 해왔다.

권광문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은 "커버드본드는 우량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은행의 상환의무까지 부여하기 때문에 일반 주택저당채권(MBS)보다 금리가 1%포인트가량 낮아 외화 조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신용평가등급은 A 수준이지만 커버드본드는 AAA까지 받을 수 있어 채권 발행시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2.5∼3%포인트에서 1.5∼2%포인트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크레딧스위스,도이치은행 등 유럽계 투자은행(IB) 등과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업무 제휴도 추진키로 했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낮은 금리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확충하는 한편 만기 3∼5년의 장기성 외화자금으로 대체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하반기 중 커버드본드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이 같은 방침을 세우고 내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 당국도 시중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신시장 창출 방안으로 현행 자산유동화법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최근 열린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도 새로운 금융 상품에 커버드본드를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은행연합회도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 조달 다양화 방안으로 '커버드본드 법률 제정 건의안'을 최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용어풀이

커버드본드(Covered Bond)=부동산담보대출을 담보로 해서 발행되는 채권(MBS)에다 은행의 상환의무까지 부여해 채권의 안정성을 높인 신종 금융상품.지난해 커버드본드 세계시장 규모는 1조6200억유로(한화 2560조원)로 추산되며 독일 프랑스 영국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들도 참여를 선언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