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국내 272개 상장사가 2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이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가 있는 기업의 45.3%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국내 증시 흐름은 신통치 않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일부 기업들조차 주가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보다는 3분기나 4분기 전망이 중요한데 '실적 눈높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IT(정보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실적은 하향 조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소비의 중심축인 미국이 경기악화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 중국마저 성장세가 주춤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 위주인 국내 기업들의 실적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2분기는 잊고 3분기에 실적이 크게 개선될 만한 종목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경기악화로 인해 주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실적에 근거한 투자만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2분기 어닝시즌 절반의 성공

7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주말까지 2분기 실적을 밝힌 272개 상장사 중 시장컨센서스가 있는 95개사의 실제치와 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이 중 45.3%인 43개사의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5% 이상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2개사는 추정치와 실제치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30개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10개사 중 4개사 정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반면 3개사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거둔 셈이다.

이처럼 어닝시즌을 거치면서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은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연간 전망은 나빠지는 추세다. 컨센서스가 있는 244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은 6월 말 25.56%에서 지난 1일 31.80%로 한 달 만에 5.24%포인트 상향조정됐다. 하지만 올해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에 대해선 이 기간 31.57%에서 28.29%로 오히려 3.28%포인트 떨어졌다. 김희망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2분기 전망이 높아졌음에도 연간 증가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3분기와 4분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윤재훈 현대증권 연구원도 "다른 증권정보업체인 IBES 자료에서도 IT업종은 6주 연속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며 "하이닉스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등의 올 주당순이익(EPS)이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기업 실적 전망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원가부담은 높아진 반면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3분기 실적 우량주는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큰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에 근거한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 연구원은 "증시 약세를 이겨낼 정도로 실적이 호조를 보이거나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M이나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된 반사이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국내 업체들이 오히려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며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실적 호전주로는 철강이나 기계, 경기방어 업종 등이 주로 꼽히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BS는 3분기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작년 3분기보다 1637.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아베스틸 LG전자 현대하이스코 LG생명과학 한솔제지 케이씨텍 에쓰오일 삼성정밀화학 등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인 DMS가 그동안 수주했던 물량이 매출로 반영되며 3분기엔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작년 3분기에 2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이 149억원으로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LG마이크론과 태광 에스에프에이 소디프신소재 등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00% 이상 급증할 종목으로 꼽혔다. 한편 삼성SDI 기아차 등은 3분기에 흑자 전환하면서 '턴 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됐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애널리스트들 사이의 실적 전망치 격차가 벌어지고 실적 조정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3분기 전망치가 좋은 종목들이라도 꾸준히 시장 컨센서스의 변화추이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