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로 지난 상반기 실질무역 손실이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55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무역 손익은 기준시점(2000년) 대비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손실이 클수록 실질 구매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질무역손실액은 54조9271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과 같은 교역조건이 유지됐다면 이만큼의 돈을 더 벌 수 있었다는 의미다.

실질무역손실은 상반기 기준으로 2004년 12조634억원,2005년 20조847억원,2006년 34조4381억원,2007년 37조1183억원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 들어 50조원 이상으로 올라서는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품인 정보기술(IT) 관련 제품가격이 하락한 반면 주요 수입품인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5년=100기준)는 올 들어 5월까지 평균 81.9로 전년동기(95.0) 대비 13.8% 떨어졌다. 물건 한 단위를 수출해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1년 전보다 이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실질무역 손실이 커지면 국내 생산 활동이나 수출이 늘어나도 국민들은 충분한 소득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국민들의 구매력이 그만큼 줄어드는데다 수출이 소득을 창출하는 연결고리가 약해져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 수출 품목의 가격은 떨어지는데 수입 품목의 가격이 오르는 만큼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에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실질무역손실 증가는 국내 경제 구조상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결국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수출 제품을 꾸준히 발굴해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