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창업 1세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경기가 추락하는 가운데 회사를 물려주려 해도 대를 잇겠다는 적임자를 찾기 힘든 데다 승계자가 나서더라도 공장을 둘로 쪼개 세금을 낼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5년,10년 이후의 경영전략 수립은 아예 손 놓은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와 지속성장을 돕는‘토털 컨설팅 프로그램’을 개발, 호평을 받고 있다.

‘가업승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명제아래 희망의 미래를 여는 이들의 성과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장기 승계 마스터플랜으로 돌파구를 찾았어요. "

의류 장식용 자수레이스로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부천.지난 30년간 섬유원단 제조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온 회사다. 이시원 대표(64)는 요즘 인천 남동공단 공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환갑을 넘기면서 마음 한켠을 짓눌러왔던 가업승계에 대한 고민을 최근 기업은행의 도움으로 상당 부분 해소했기 때문이다.

열쇠는 '후계자 경력관리 5개년 로드맵'과 '핵심요직 순환근무 5개년 계획' 등 두단계로 나뉜 '5+5'형태의 마스터 플랜.여기에는 금융대기업과 IT,전자업체에 다니는 아들 3형제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회사승계 전략뿐만 아니라 생산,인사(조직안정화),마케팅 방안 등 일반 경영전략까지 망라돼 있었다. 이 대표는 "답답한 마음에 찾았는데,10년 뒤 성장전략까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기업승계 컨설팅이 가업승계 도우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무조사를 방불케 하는 깐깐한 현장실사와 맞춤플랜 제공으로 창업 CEO들이 중장기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제3의 전략참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2006년 말 국내 처음 도입된 이 서비스는 현재까지 출장상담 72건을 비롯 총 116건의 상담과 44건의 승계플랜을 제공했다. 송승호 기업승계컨설팅센터장은 "목표 승계시점을 정하고,연차별 시나리오에 따라 세무상 부담을 최소화해주는 등 중장기 플랜을 짜주면서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비결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드림팀.한국 및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세무회계전문가와 국세청 출신 세무사,은행여신심사역 출신 금융전문가 등 21명이 호흡을 맞춰 승계 전후의 민감한 시기중 안정적 경영전략을 제시한다. 이들은 2~4명씩 1개조로 현장에 투입돼 짧게는 2주,길게는 석 달씩 상주하며 회사를 집중 분석한다. 한 중소기업 CEO는 "30대 초반인 아들의 경력이 짧아 고민이었는데,컨설턴트가 전문경영인 영입 면접시험에 참여한 것은 물론 연봉 및 인센티브까지 설계해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대다수 과정이 모두 무료라는 것도 장점이다. 최석호 컨설팅 팀장은 "향후 비용은 더욱 적게 들면서도 컨설팅 품질은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