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한생명 분쟁 해결과 함께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3조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사활을 걸었다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든든한 버팀목이 마련된 것이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 당시만 해도 한화가 망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당시 지분 인수 가격과 비교해 1조원 이상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한화는 지난달 31일 접수한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최종 판정 결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 간 체결된 대한생명 주식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이뤄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고 밝혔다.

장일형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은 “매매계약과 관련한 모든 논쟁이 종결됨에 따라 계약에 의거, 즉각 예보에게 콜옵션 이행 촉구를 할 계획"이라며 "또 지난 4월 말로 대한생명의 누적 적자가 전액 해소돼 상장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됨에 따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장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대한생명의 적정 주가가 순자산가인 주당 5133원의 2배 가량인 1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재 과정에서 당초 합의했던 콜옵션 행사 가격 2275원이 다소 올라갈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한화 측은 국제상사중재위 결정을 통해 당초 합의한 가격대로 인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상장 시기는 예비상장 청구 등 절차를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가 되겠지만, 당장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돈이 필요한 한화 입장에서 최대한 앞당기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들의 대주주 지분율 등을 감안했을 때 한화가 67%의 대한생명 지분을 다 갖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절반 정도는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럴 경우 2조5000억~3조원의 매각 대금으로 최고 1조2000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금보험공사는 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며 중재를 신청했으며, 중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한생명 지분 16%를 주당 2275원에 살 수 있는 한화의 콜옵션 권리를 거부해 왔다.

무엇보다 대한생명 분쟁 해결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20%에 달하는 한화가 적극적 행보에 나선 것도 대한생명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해 왔다.

대우조선의 인수가격은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인 4조20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6조~8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물론 주가에도 희소식이다. 이 연구원은 "한화 주가는 대한생명 분쟁 결과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저점 대비 30% 가량 올랐지만, 대우조선 인수 우려감을 해소하는 자금 조달 스케줄이 나오면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