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31일 4조5740억원에 이르는 강력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공개,시중의 악성 루머로 촉발된 위기 탈출에 본격 시동을 걸고 나섰다.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연구 금호산업 사장,강주안 아시아나항공 사장,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은 이날 오후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분기 실적 및 유휴자산 매각 계획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주요 경영자들은 특히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이후 불거진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 가능성과 이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만기연장 통해 풋백옵션 해결

그룹 전략경영본부 오 사장은 대우건설 풋백옵션과 관련,"(대우건설)주가가 내년 말까지 현 상태에 머무르는 등 최악의 상태로 흐를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과 합의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말과 내후년 말로 (만기를) 반반씩 분산시키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내년 12월 중순까지 주당 3만4000원에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우건설 주가 수준은 현재 1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오 사장은 다만 "대우건설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나올 2조원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진행하면 주가가 상승하리라 본다"며 "풋백옵션 가격에 주가가 근접하게 된다면 금호산업이 부담하는 금액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가가 안 오르면 감자하거나 중간 고배당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것"이라며 "얼마나 배당할지 등은 협의를 해서 올해 말께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또 다른 시장 불안 요인인 금호타이어 2대 주주인 미국 쿠퍼타이어의 풋백옵션 행사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사장은 "쿠퍼타이어가 보유한 지분 10.7%(790만주)를 모두 매입할 외국인 투자자와 막바지 문안조정 작업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공정공시를 통해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2005년 출자총액제한을 피하기 위해 쿠퍼타이어를 주주로 끌어들여 10.7%를 매각했다. 당시 주당 가격은 1만4650원이었고 3년간 보유 기간이 끝날 경우 매입가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이 걸렸다.

◆분기 매출 사상 최대 기록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분기 총매출이 6조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전분기보다 20.6% 증가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전분기보다 42.9% 증가한 3856억원,당기순익은 356.5% 늘어난 2269억원을 기록해 수익성이 대폭 호전됐다.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부채비율은 156.4%,유동비율 140.3%,장기차입금 비율 71.2%로 재무 구조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게 금호그룹의 설명이다.

계열사별로는 금호타이어 및 금호산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 부담에도 불구,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78% 늘어난 1조402억원을 달성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확보 대책에 대해 시장 일각에서는 "효과를 낼지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호아시아나가 대대적인 자산매각 계획을 내놨지만,요즘의 경기상황에서 매물을 받아낼 여력이 있는 기업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사들의 주요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의 전체 증시 상황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얼마나 강력하게 후속 작업을 진행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