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사는 직장인 이현경씨(27)는 최근 가슴선이 깊게 파인 민소매 원피스와 숏팬츠(일명 핫팬츠)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

남성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10대부터 30대 초반 여성들의 옷차림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예년보다 더 짧고 속살을 훤히 드러내는 아슬아슬한 패션이 인기"라며 "각선미를 시원하게 과시할 수 있는 계절은 여름뿐인데 괜찮치 않느냐"고 말했다.

노출도 패션인 시대다. 노출 패러다임의 변화는 대중 문화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최근 원더걸스,이효리,엄정화 등 '섹시 코드' 가수들이 컴백하고 영화 속 배우들이 스크린을 누비며 노출 패션을 주도하고 있고,노출 아이템도 다양해지면서 노출패션을 바라보는 사회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여기에 불황일수록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업계의 속설까지 맞물려 노출패션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 여름 노출패션의 최대 인기 아이템은 단연 숏팬츠다. 작년보다 길이가 평균 5㎝가량 짧아지면서 여성들은 허벅지까지 서슴없이 드러낸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지난 6,7월 숏팬츠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쿠아의 '주름 숏팬츠'(7만9000원)는 힙 라인을 끌어올리기 위해 숏팬츠 앞쪽에 주름을 주고 뒷부분은 주름을 주지 않은 형태가 인기다. 쿠아 매장 관계자는 "다리가 예쁜 데 반해 엉덩이가 약간 처진 동양 여성의 결함을 보충하는 데 제격이어서 젊은 여성은 물론 30대 중반 미시족도 한두 벌씩은 사 간다"고 말했다.

미니스커트는 더욱 짧아져 올해는 '초(超) 미니'가 대세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여성의류 '쥬시꾸띄르' 관계자는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는 기준이 무릎에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부터 얼마만큼 내려오느냐로 바뀌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미니스커트 길이는 작년보다 1~2㎝ 더 짧아진 25㎝ 안팎으로 남성들을 더욱 아찔하게 만드는데 원더걸스 멤버들이 입고 나온 은색과 펄 등 반짝이는 색상이 가미된 미니스커트가 잘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6,7월 미니스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