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독도 귀속국가 표기 변경 문제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의 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30일 주미대사관에 따르면 조시 부시 미 대통령은 방한(8월5∼6일)을 앞두고 29일(미 현지시간) 이태식 주미 대사 등을 초청해 개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브리핑에 참석해 연설한 뒤 이 대사와 별도의 면담을 갖고 "이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이 문제(독도 귀속국가 표기문제)를 들여다 보라고(look into the matter) 지시(instruct)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 대사가 독도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하며 대책을 요청하자 "지리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죠.내가 (그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후 라이스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며 "국무부 측과 협의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5일 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 귀속국가 표기를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바꾼 후 처음 나온 것으로 그동안 표기오류의 원상회복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혀 온 BGN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독도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되는 데 대해 양국이 모두 불편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담 전에 미국 정부 측에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은 독도 표기 문제가 공론화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영토 문제에 대해 끼어든다는 점에서,한국은 독도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할 경우 일본이 원하는 대로 독도 문제가 국제적인 분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그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 '중립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곧바로 영유권이나 지명 변경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독도를 위한 별도의 분류 항목을 신설하거나 '주권 미지정 지역'이라는 표현을 순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미국 하원은 BGN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 분류해 논란을 빚고 있는데 대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키로 해 주목된다. 또 일부 미국 의원들은 BGN의 이번 독도 표기 변경 결정을 유보토록 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겠다고 밝혔다고 박 진 한나라당 의원이 이날 전했다.

박수진/임원기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