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가량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부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심사작업을 개시하는 것이라고만 발표했지만 금융계에선 사실상 승인 방침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HSBC에서 외환은행 인수 결격사유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러한 정부 움직임에 대해 국내 은행들은 국내자본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론스타의 '먹튀'를 정부가 돕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HSBC 사실상 승인으로 굳어져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외환은행 매매계약에 대한 심사를 계속 미룰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악화되고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타격이 우려된다"며 HSBC에 대한 승인심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계속 지연시킬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것이 자꾸 미뤄지면 우선 보유지분(51.02%)을 시장에서 블록세일(분할매각)한 뒤 HSBC와의 매매계약 대금과의 차액을 한국 정부에 국제 소송을 통해 청구하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론스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국제소송 등이 제기되면 국가신인도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선 금융위원회가 HSBC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면 HSBC에 승인을 내 주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보고 있다. 만약 HSBC에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 정부는 심사 자체를 벌이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승인 시기는 언제쯤?

금융위 관계자는 "론스타 측이 관련된 재판 두 가지 중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2심에서 론스타 측 무죄로 나왔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은 아직 1심 결과도 안 나왔다"며 "일단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1심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올 연말까지는 내리기로 한 상태다. 법원이 좀 더 속도를 내면 이르면 9월이나 10월께 1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1심 판결에서 피고인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이 무죄를 선고받거나,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론스타의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승인을 내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역차별 논란 가열

2006년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던 국민은행이나 인수를 희망해온 하나금융 농협 등은 정부의 태도에 형평성이 결여돼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공식 반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2006년이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HSBC는 인수가 승인되고 국민은행은 불허된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다른 은행 역시 2006년 말 론스타의 국민은행 계약 파기 이후 국내 은행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HSBC와의 수의계약으로 인수·합병(M&A)이 진행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준동/정재형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