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 '예술 寶庫' 에르미타주 여름궁전으로 귀족피서
여름은 북유럽 여행의 계절이다. 싱그러운 녹색 자연과 이국 문화를 즐기며 자연스레 피서를 겸할 수 있어 좋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보통 스칸디나비아 제국과 덴마크,아이슬란드 등 5개 국을 가리키지만 그 여정에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 곳이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운하로 얽힌 '북방의 베네치아'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18세기 초부터 200여년간 제정 러시아의 수도였던 곳.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4대 황제 표트르 대제가 1702년 도시 건설을 시작해 그 10년 뒤 정식 천도했다. 스웨덴의 세력 확장을 최전방에서 막고,유럽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러시아를 혁신시키겠다는 게 천도의 이유였다. 칼바람이 몰아쳤던 모스크바의 궁중 암투에서 벗어나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력 재편 의도도 강했던 것 같다.

지정학적 위치가 아닌 지리적 조건은 열악했다. 핀란드만 깊숙한 곳의 네바강 하구 삼각주 지역이라 섬으로 갈린 데다 땅도 단단하지 않았다.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방법은 어려웠지만 단순했다. 무른 땅에 말뚝을 박아 기초를 세운 뒤 커다란 건물을 올렸다. 거미줄처럼 얽힌 수로를 손보고 500여개의 다리로 섬과 섬을 이어붙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으로 향한 창'이란 시인 푸시킨의 표현대로 러시아와 유럽 색깔이 어우러져 독특한 도시 미학을 뽐낸다.

■감성 여행의 목적지 에르미타주 박물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관광 명소는 넵스키 대로 주변에 산재해 있다. 런던의 대영박물관,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으뜸이다. 박물관의 역사는 남편인 표트르 3세를 폐위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예카테리나 2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카테리나 2세는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기 위해 왕국의 보물들을 전시해 보여주기를 즐겼다고 한다. 현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300여만 점.조각 1만2000점,회화 1만6000점,판화와 드로잉 60만점,응용 예술품 26만6000점,그리고 각종 동전과 메달이 100만개를 넘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2점을 포함해 미켈란젤로,루벤스,렘브란트,르누아르,고흐,고갱 등 유명 화가들의 진품 작품들이 350개 방에 전시돼 있다.

■러시아 사원의 정수,피의 사원과 이삭성당

에르미타주 박물관 인근에 '피의 사원'이 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바실리 사원과 비슷하다. 사원은 곧게 뻗은 좁은 수로 끝 알렉산드르 2세가 폭탄 테러를 당했던 장소에 서 있다. 러시아 급진주의 인텔리겐차들이 자신들의 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찰 중이던 알렉산드르 2세에게 폭탄을 던진 것.사원 안 정중앙의 모자이크 장식이 된 부분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유람선이 오가는 수로에 놓인 다리 위에서 보는 사원 전망이 좋다. 이삭 성당이 웅장하다. 무른 땅에 쇠말뚝을 박아 기초를 다진 뒤 세운 사원이다. 100㎏의 순금을 입힌 황금 돔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도시가 시작된 곳 페트로파블로브스크 요새

페트로파블로브스크 요새는 표트르 대제가 도시 건설을 시작한 곳.121m의 첨탑과 로마노프 왕가의 무덤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원이 요새 중심에 있다. 18세기 중엽부터 형무소를 겸했다고 한다. 네바강 쪽으로 나 있는 '네바의 문'이 잘 알려져 있다. 사형 집행 직전의 사형수들에게 자신이 살던 곳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한 문이라고 한다. 요새 주변 둔치는 일광욕을 하기에 좋다. 해가 쨍쨍한 날이면 벌거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정원의 교과서 여름 궁전

여름 궁전은 시내에서 30㎞쯤 떨어진 핀란드만 해변가에 있다. 러시아 황제와 귀족들의 여름 피서지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모델삼아 꾸몄다고 한다. 정원은 대궁전과 그 앞의 계단식 폭포에 이어진 삼손분수 구역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빙 둘러 배치된 60여개의 금빛 분수 모습이 멋지다.

정원은 키 큰 나무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대궁전 앞 삼손분수 구역에서 바닷가로 뻗은 산책로가 시원하다. 구역마다 특색 있는 조경이 서로 다른 정원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한여름에는 백야 현상 지속 … 매주 화ㆍ목ㆍ토 직항편 운항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제2의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라 있다. 발트해 동쪽 핀란드만 깊숙한 지역의 네바강 삼각주에 자리하고 있다.

인구는 500만명.한국처럼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 일교차도 10도 이상으로 심하다. 한여름에는 밤 12시쯤에 해가 지고 새벽 3시30분께면 날이 밝는 백야 현상이 이어진다.

한국보다 5시간(3월 말~10월 말) 늦다. 루블화를 쓴다. 현금 매입 기준 1루블에 47원 선.꼬치구이인 '샤슬릭',얇은 피자 형태의 빵 '블린',스트로가노프란 귀족이 엉망으로 만들어 먹었다가 유행이 된 '스트로가노프 비프'가 별미.아리랑,코리아나,서울가든 등 한국 음식점이 많다.

대한항공이 10월25일까지 매주 화·목·토요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직항편을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