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간 소통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취임 일성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북특사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심각한 엇박자를 내서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23일 "박 대표가 꼬인 남북관계를 풀고 금강산 피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명백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토록 대통령께 건의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한 건 차 대변인의 '오버'에 따른 해프닝으로 드러났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이 받겠느냐"며 당의 건의를 곧바로 일축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령도 즉각적으로 거부하기보다 종합적 판단 이후 결정해 보자는 식으로 했다면 보다 소통이 원활히 되는 것으로 비쳐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특사 문제는 당에서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즉각 대통령에 의해 부정적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고 집권 여당으로서 충분한 협의 후 아이디어가 건의되는 게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비쳐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비판했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스타일을 구겼다"며 쓴소리를 했다.

당내 여론이 끓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적절치 않지만 구상 자체의 유효성은 인정한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당청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박 대표가 취임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대통령과 정례회동 한번 없었던 것은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여권 내부에서 삐걱거린 게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달에는 개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얼마 전에는 전기 가스 요금 문제를 놓고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와 표를 의식해 이를 반대하는 당이 불협화음을 냈다. 결국 단계적 인상으로 결론이 났다.

전당대회에서 2등으로 당선된 정몽준 최고위원은 당 운영 방식에 반발해 벌써 최고위원회를 세 번째 보이콧 중이다. 당내에서는 "이래서야 소통의 리더십을 내건 박 대표가 제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