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후판공장 착공… 年 700만 t 체제로


포스코가 대대적인 후판(厚板)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광양제철소에 200만t 규모의 후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하고 23일 착공식을 가졌다. 포항제철소에 있는 기존 후판 공장도 싹 뜯어고쳐 후판 생산량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포스코의 후판 공급량은 3년 안에 지금보다 70% 이상 늘어나 연간 700만t을 웃돌게 된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후판 갈증'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후판으로 골병 드는 조선업체


현재 국내 조선업체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후판 부족 사태다. 수주는 밀려드는데 배를 짓는데 필수적인 후판은 늘 부족하다. 포스코가 후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006년 911만t이었던 국내 후판 수요는 작년에 1000만t을 돌파했고 올해는 13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의 공급물량은 700만t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복병까지 더해지면서 후판 값은 최근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초 t 당 58만5000원이었던 포스코 후판 가격은 현재 92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조선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이 뛰더라도 물량만 충분히 확보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 후판이 중국과 일본산에 비해 값도 싸고 품질도 우수하지만 양껏 확보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외국산 후판을 수입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입한 후판은 2001년 107만t 에서 작년엔 466만t으로 불어났고 올해는 600만 t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7년 새 6배가량 급증했다.

비싼 외국산 후판을 쓰다 보니 조선업체들의 경영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조선업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후판값 오름세 등을 감안해 삼성중공업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최근 각각 4.7%와 12.9%씩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후판시장 구원투수 포스코


포스코에서 쏟아내는 후판이 늘어나면 공급 증가와 함께 다락같이 치솟고 있는 후판 가격도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포스코의 연간 후판 생산량은 430만t으로 일본 철강업체인 JFE(460만t)와 신일본제철(455만t)에 이어 세계 3위 수준.그러나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이 완공되면 단숨에 200만t가량 생산량이 늘어 세계 1위에 오르게 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기존 후판공장도 설비합리화 등을 통해 힘을 보탠다. 여기에 내년 11월 준공 예정인 동국제강 후판공장에다 2011년 가동될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까지 가세하면 국내 후판 수급상황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3년 뒤엔 연간 600만t 수준인 후판 수입량이 300만t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