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산동 아파트 단지를 마주한 '코위버' 공장에는 바삐 움직이는 근로자가 없다. 외주업체에 주문한 제품이 들어오면 이곳의 전문인력 30여명이 시스템 검사만 조용히 하고 있다. 나머지 인력은 서교동 본사에 있다. 주로 연구 인력이다.

코위버는 광통신 망 사이에서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영상신호나 인터넷을 구현시킬 수 있는 신호로 바꿔주는 광통신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이 장비는 유·무선 인터넷뿐 아니라 IP(인터넷)TV CC(폐쇄회로)TV 등의 구동에 필수적이다. 대부분 KT LG데이콤 등 통신 사업자들에 팔려 나간다.

이 회사 주식 거래량은 하루 1만주에 못 미칠 때가 많다. 올 들어 증시 조정까지 겹쳐 주가는 올초 5000원대에서 3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도 35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코위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193억원)과 부동산 가치(130억원·공시지가 기준)를 합친 금액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가치투자로 유명한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이 회사 주식을 지난 3월 말 이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7.7%에서 8.7%로 늘렸다. 이 회사 황인환 대표(16.8%)와 김근식 부사장(9.7%) 다음으로 많은 지분율이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LG파워콤으로부터 인터넷TV 광전송장치 1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지난해 536억원이던 매출도 올해는 602억원으로 12.3%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18% 늘어난 92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4월 이란의 기간 통신사업자로부터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시작했고 추가 공급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인도 사업자로부터는 기술 공유에 대한 의뢰가 잇따라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와 김 부사장 등 주요 경영진은 모두 전자공학과 출신으로,삼성전자 연구원을 지냈다. 전 직원 94명 가운데 연구인력이 40여명에 달한다. 동행 취재한 이규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블록딜(대량매매)로 코위버 주식을 구할 수 없느냐고 문의하는 기관이 30여곳에 이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