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연구소 "금리.환율 정책 신중해야"

과거에는 국제자본의 움직임이 국내 주가나 환율에 영향을 줬지만 최근에는 인과 관계가 역전돼 국내 금융 변수에 따라 국제 자본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환율 정책의 변화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22일 `최근 자본이동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1999∼2003년에는 국내 주식시장을 통해 국제자본 유입액이 늘어나면 주가가 즉각 상승했지만 최근 5년 동안에는 국내 주가 변화가 주식자금수지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의 경우도 과거에는 국제 금융자본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 원화절상(환율 하락)을 유발했지만 최근에는 환율 변화가 국제 금융자본 이동의 변화를 초래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1개월, 2개월 시차를 두고 주식시장에서 국제 금융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 연구원은 "사모펀드 등 투기성이 강한 국제 금융자본이 조금이라도 높은 투자 수익률을 좇아 국경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경제변화나 또는 그것을 야기하는 정책의 변화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원은 이러한 사례로 지난해 정부의 외화차입 규제를 꼽았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해외단기 차입 규모가 급증하자 외화대출의 용도를 제한하고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본.지점 차입 손비 인정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외화차입 규제책을 내놓았다.

그는 당시 외채가 급증한 것은 국내외 금리차에 따른 무위험 재정거래 기회가 많아졌고,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채권시장의 수요 공백을 은행들이 단기차입을 늘려 메웠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정부의 외화차입 규제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외국인들은 보유채권을 손절매했으며 금리 폭등을 가져왔다.

배 연구원은 "이는 금리상승이라는 국내 시장 상황의 변화가 국제 투자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야기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금융투자자본의 속성상 무위험 차익거래를 노린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동 현상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거시 금융정책 뿐 아니라 미시적 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